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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5 (양장) - 셜록 홈즈의 모험 ㅣ 셜록 홈즈 시리즈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BBC에서 만든 드라마 <셜록>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다시 집어 드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지 모른다. <셜록>을 보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무료로 <셜록> 시즌 1,2를 방영해주어서 한번 봐볼까 하고 다시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 열광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몇 년 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을 재밌게 보았지만 <셜록>만큼 강렬하지는 못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치고 원작을 잘 반영했다는 느낌과 동시에 셜록 홈즈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처음 알게 된 배우이고 이름도 어렵다!)란 배우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랩을 하듯 읊조리는 긴 대사를 어떻게 외웠을까란 경의감(아!)과 함께 아이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현대적인 셜록 홈즈에 빠져 들고 말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영국 시민들은 이런 걸 드라마로 본다니! 부럽다!’란 감탄사를 연발했다. 물론 시청 제한을 해야 하는 내용들이 있긴 했지만 이런 드라마를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다면 정말 살 맛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이야기를 보지 않고 못 배기게 만드는 흡인력은 정말 굉장했다. 시즌 1,2를 보고 나자 시즌 3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OCN에서 셜록데이라고 해서 시즌 3 전편을 다 보여주었다. 아이를 들쳐 업고 드라마에 빠져 있는 내가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시즌 4는 도대체 언제 볼 수 있는지 미치도록 궁금하고 감질맛이 났다. 그래서 그 여운을 달래고자 읽다 만 셜록 홈즈 전집을 꺼내든 것이다. 이미 영상으로 만난 짜릿함이 파고들어 책으로 만나던 셜록 홈즈의 매력을 다잡기가 힘들었지만 시즌 4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지 더 기대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부제목처럼 셜록 홈즈는 여러 의뢰인을 만나면서 많은 모험을 하게 된다. 첫 이야기인「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에서의 ‘그 여자’만이 홈즈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주며 홈즈도 당할 때가 있단 사실을 보여주어 재미를 더했다. <셜록>에서도 홈즈가 유일하게 마음을 준 여자로(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질투도 났다.)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 이야기를 재해석한 것이라 생각한다. 홈즈는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면서 이리저리 이동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간단히 해결하기도 하고, 결말이 너무 힘이 빠질 때도 있었고, 어떻게 해결할지 너무 궁금한 사건들도 있었다. 오로지 셜록과 왓슨만 믿고 이야기 속에 빠진 터라 그 모든 일련의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나는 셜록 홈즈가 될 수 없지만 셜록 홈즈는 이 사건들을 해결해 줄 거라 믿었기에 맘 편하게 사건들과 마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믿음을 깔고 사건에 뛰어드는 것과 믿음 없이 사건 속으로 뛰어드는 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책이 두툼해도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이고 셜록 홈즈가 어떤 부분에서 힌트를 얻어 사건을 해결해 나갈지 추측해 보는 여유도 무시할 수 없다. 자꾸 <셜록>의 배우와 책 속의 셜록 홈즈가 충돌해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나의 게으른 독서 때문에 아직도 만나야 할 셜록 홈즈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지금의 이 짜릿한 기쁨도, 읽어야 할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도 끝에 다다름에 따라 곧 사그라질 것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고 영상으로 제작된 이야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삶의 소소한 기쁨으로까지 여겨진다. 이 책을 다시 꺼내게 해 준 게 드라마 <셜록>이기에 드라마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이렇게 비교하면서 셜록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