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 세미콜론 코믹스
아오노 슌주 글.그림,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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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꿈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그걸 실패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꿈이 없는 것에 대해 어떠한 자괴감도 갖지 않게 된다. 꿈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꿈이 없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삶을 너무 느슨하게 살아가는 것 아니냐고 한탄할지 모르나 꿈을 가지라는 세상의 외침에 주눅 드는 것보다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물론 꿈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꿈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 분명 아름답고 짧은 인생에서 도전해볼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 때 꿈이 있었지만 어느새 옅어져버린 꿈 때문에 내가 포기해 버린 건지 환경이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건지 모호해져 버렸다.

 

 

  고등학생 딸을 두고 있는 가장인데다 자신이 만화를 잘 그린다는 확신도 없는데 덜컥 직장을 관둘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41살의 오구로 시즈오가 덜컥 회사를 관두고 반백수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창 일해야 할 중년임에도 꿈을 위해 직장을 관둔 남자. 언뜻 고갱의 일화가 떠오르지만 평범한 사람의 현실을 시즈오가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와 딸의 잔소리를 들어야하고 만화 지망생이 되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하며 아르바이트나 하며 다시 인생이 거꾸로 돌아가 버린 것 같다. 세상에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말이다.

 

 

  시즈오의 일상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생활이 궁핍해지니 그의 실체가 모두 드러나고 만다. 차라리 직장을 계속 다니지란 말도 위로가 안 될 정도로 짠해 보이지만 반대로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어 현실감이 떠나지 않았다. 재능도 없는데 꿈을 이룬답시고 덜컥 회사를 관두면 저렇게 되는구나를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내면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취감이야 있겠지만 결국은 그간의 사회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느껴버린다면 얼마나 실망을 하게 될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뒤엉켜 어느 편에서 어떤 누구도 응원할 수 없었다. 시즈오에게 언젠간 멋진 만화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입에 발린 말도, 이 책을 읽지 않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히 도전해 보라는 말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재 꿈이 없는 내 모습에 밋밋하고 생기 없음을 느끼기보다 왜 그간 꿈을 강요당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 꿈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 의한 그런 압박감 없이 살아왔다면 좀 더 편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였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에겐 남들보다 특출난 재주가 없다는 것. 평범하지만 이 평범함 또한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나 같은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자연의 순리라고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연 무엇이 하고 싶은 건지 끊임없이 묻게 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이 더 깊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기 싫은 집안일을 억지로 할 때, 짜증나는 일들이 있음에도 맘껏 표출하지 못할 때, 먹고 싶은 음식을 재깍재깍 사 먹지 못할 때 느끼는 불편함이 이런 편협한 생각으로 삶을 이끌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먹고 사는 것이 다가 아닌데.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이러고 있는 건데. 이 양날의 앙칼짐에 오늘도 당하고 있는지 모르나 이 책을 보면서 드는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생각들에 잠식당해 버렸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처럼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은 무언가가 나에게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는 내 스스로를 이겨낼 수 있을까? 여전히 답이 없는 질문이고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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