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 시리즈 06 : 제레미 피셔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6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짧아 금방 읽어버릴 수 있지만 이렇게 고요한 시간에 책을 꺼내든 것은 혼자서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워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는 시간. 그 시간이 나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혼잣말로 재밌고 행복하다를 연발했다. 사랑스런 그림, 짧지만 간결한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베아트릭스 포터 콜렉션이 나에게 왔다는 사실이 고마울 정도였다.

 

  이번엔 개구리 제레미 피셔 아저씨 이야기였다. 축축하고 미끌미끌한 것을 좋아하는 제레미 피셔 아저씨는 비 오는 날이 좋아 저녁거리를 위해 낚시를 갔다. 비옷을 입고 낚시 도구를 챙겨 초록 연잎 배를 타고 송사리가 잘 잡히는 곳으로 갔다. 나비 샌드위치를 먹으며 낚시의 지루함을 달래고 물방개가 장난치면 물속에 담갔던 발을 올리고 위험한 소리가 나면 장소를 옮기며 낚시에 몰두했다. 드디어 낚시의 찌가 움직였다. 아저씨는 송사리의 냄새가 난다고 좋아했지만 올라온 건 가시가 가득한 가시고기였고 결국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던 아저씨는 펄쩍 뛰어오른 커다란 송어에게 잡히고 만다. 연못 바닥까지 내려갔지만 구사일생으로 물고기 입 밖으로 튀어나온 피셔 아저씨. 아저씨가 입고 있던 비옷이 질기고 맛이 없어 송어가 뱉어버린 것이다. 비옷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한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절대 낚시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만찬을 즐긴다. 비록 송사리 요리는 아니지만 메뚜기 구이와 무당벌레 볶음을 멋쟁이 도마뱀 뉴튼 씨와 듬직한 거북이 알더만 씨와 함께 즐겼다.

 

  여러분도 한번 먹어보겠냐는 물음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있지만 나는 나대로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 싶다. 늘 이 시간이면 배가 고파 밥, 라면, 빵, 과일 등을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제대로 음식을 준비해서 먹는 건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는 저녁 때 뿐이라 그 외에는 대충 끼니를 때워버린다. 아마 혼자 먹기에 더 그럴 것이다. 제레미 피셔 아저씨도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 위험했던 낚시를 떠났지만 꼭 그 음식이 아니어도 즐겁게 식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식도 중요하지만 함께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잘하지 못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을 보면서 아주 조금씩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것이 삶의 또 다른 보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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