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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강연회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법의학자로서의 고충과 사건현장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무척 재밌게 들었었다. 법의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던 내게 관심을 갖게 만든 건 드라마 <싸인>이었다. 배우 박신양의 열연 속에 법의학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을 즈음 저자의 인터뷰집을 읽게 되었고 절판되었던 이 책도 만나게 되었다.
오래전에 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던『지상아』『새튼이』두 권의 책 중에서 의미심장한 글들을 골라 한권으로 묶인 책이 이 책이다. 주제별로 사건을 들려주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런저런 의의를 떠나 일단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일어난 사건들 속에서 법의학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사건의 현장만 잘 살펴도 어떠한 이유로 사망을 했는지, 타살이라면 범인의 흔적은 무엇이 남겨져 있는지를 알아채는데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 사건 속에 저자의 경험과 지식이 얽히면서 감탄할 정도로 사건이 풀리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만 했다.
이 책에는 총 5부로 나뉘어 여러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안타깝고, 어이없고,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참 많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비롯한 과거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저자가 했던 노력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그 노고에 감탄하면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원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그 사연이 알려지지 않는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삶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벌어진 사건들이라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차라리 이 모든 이야기들이 허구였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삶의 어두운 이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신념을 가진 채 타인을 돕는 일을 하는 분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힘들어서 자원하는 사람들이 적은 게 아닌, 이러한 사건들이 많지 않아 자원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일었다. 분명 경험이 풍부한 관록을 가진 자가 있어야 그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좋긴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지도록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저자는 초동수사의 중요성, 그리고 법의학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내 강조하고 있다.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 그것이 법의학자의 사명이므로 그런 시선에서 이 책을 읽어준다면 오로지 재미로만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