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 시리즈 05 : 톰키튼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5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방학을 맞이해서 초등학생 조카 두 명이 매일 우리 집으로 출근한다. 맞벌이인 언니네에 있어봤자 심심하고 점심도 제대로 못 챙겨 먹으니 겸사겸사 우리 집으로 오는 셈이다. 내가 아이와 자고 있을 때 살그머니 집으로 들어와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논다. 그러다 아이가 깨면 귀신같이 알고 안방으로 들어와 냉큼 아이를 안고 거실로 간다. 그러면 나는 좀 더 부족한 잠을 자고 부스스 일어나서 함께 점심을 먹고 조카들은 아이와 놀다 학원에 다녀와서 저녁을 먹고 언니가 퇴근할 때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와 둘이 있을 땐 적적한 감이 없지 않은데 아이들이 매일 와주니 시끌벅적 해서 좋다. 반면 거실을 어질러 놓으며 아이와 함께 뒹구니 게으른 내가 매일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아이가 기기 시작하면서 처음의 환희는 금세 잊히고 이상한 걸 입에 넣진 않는지, 모서리에 부딪히지는 않는지 쫓아다니기 바쁘다. 종종 텔레비전에서 말썽 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면 너도 저럴꺼나며 애먼 아이를 타박하기도 하는데 여기 아주 말썽꾸러기 꼬마 고양이들이 있다. 미튼, 톰 키튼, 모펫 3남매였다. 어느 날 엄마고양이는 티타임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한 뒤 고양이 3남매를 씻기고 예쁜 옷까지 입혀준다. 암고양이 미튼과 모펫에게는 앞치마를, 톰 키는에게는 우아하지만 불편한 바지를 입힌다. 하지만 톰 키튼의 통통한 몸매 때문에 단추가 다 떨어져 엄마는 다시 수선을 해줘야 했다. 겨우 고양이들을 수습한 엄마 고양이는 정원으로 내보내며 얌전하게, 옷 더럽히지 말고 놀라고 보낸다.

 

  엄마고양이가 고양이들에게 예쁜 옷을 입혀서 정원에 보낸 건 실수였다. 호기심 많고 장난기 많은 고양이들이 엄마 손님들이 올 때까지 그 옷을 버리지 않고 얌전히 놀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는 게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두 발로 걷는 게 서툰 미튼과 모펫은 금세 옷을 버렸고 톰 키튼도 불편한 옷이 오래 버텨주지 못했다. 정원 담장위로 올라간 새끼 고양이들의 옷이 어떻게 됐을지 안 봐도 뻔할 터. 그렇게 담장 위에서 옷과 실랑이는 하는 동안 퍼들덕 오리 가족을 만난다. 고양이들이 떨어뜨린 옷을 대신 주워 입고 뒤뚱거리는 모습에 새끼 고양이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말썽을 피운 새끼 고양이를 본 엄마 고양이는 꿀밤을 한 대씩 준다.

 

  곧 티타임 파티에 올 손님들이 들이닥칠 텐데 엄마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모두 위층으로 올려 보내고 감기에 걸렸다고 둘러댄다. 위층에서도 얌전히 있을 고양이들이 아니었기에 온 방을 어지르며 우당탕 거리는 소리 때문에 티타임 파티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말썽꾸러기 고양이 3남매의 하루 일과였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집은 늘 엉망이고 엄마는 잔소리꾼에 목소리 큰 사람이 되는 건 순식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직 아이가 돌도 지나지 않아 잔소리가 심하지는 않지만 조카들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는 나를 보고 있으면 어쩔 땐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까울수록 잘해야 하고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다는 너그러움을 보여야 하는데 온 신경이 어린 아이에게 쓰이다보니 조카들에게 함부로 대할 때가 많았다. 특히나 내년에 중학교에 가는 조카는 이렇게 느긋한 방학을 더는 보낼 수 없음을 알기에 더 잘 지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잔소리 하고 아이를 맡기고 고생만 시키는 게 아닌가란 반성이 된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조카는 새끼 고양이처럼 말썽꾸러기에다 새침데기인데 그래서 더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고 내 성질을 막 부리게 되어 미안할 때가 더 많다. 삼남매를 키우는 엄마 고양이도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자 꿀밤을 주었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곳곳에 드러냈다. 그 모습처럼 내 아이에게도 조카들에게도 좀 더 사랑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은 결코 다시 오지 않으므로. 아이들이 내 품안에 있는 시간을 짧기에 더욱 그러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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