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왔다 + To Cats 박스 세트 -전2권
스노우캣 글.그림 / 모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문득 내가 좋아했던 작가들의 소식을 잊고 지낼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이 어떤 책을 냈는지, 나는 그들의 무엇이 좋아서 책을 구입하고 읽었는지에 관한 소소한 궁금증이다. 이 책 또한 그런 궁금증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저자의 이름을 검색해서 무작정 구입했다. 그게 약 2년 전 이야기고 다시 한 번 꺼내보면서 그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그 당시 이 책을 읽을 때의 나의 마음은 어땠는지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한 추억이 하나씩 쌓이면서 책장에 꽂힌 책은 내 몸 속의 세포처럼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어진다.

 

  『고양이가 왔다』는 갑작스럽게 고양이 나옹과 함께 뉴욕으로 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6년 전에 뉴욕으로 데려가고 마 약속했지만 지킬 수 없었고 다시 한 번 뉴욕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고양이를 뉴욕까지 데리고 가는 일은 복잡하기도 했고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런 만큼 어디서나 나옹이와 함께 하고 싶었고 더군다나 일 년 정도 외국에 머무르게 될 상황이었다면 더욱 더 함께 한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기쁨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책의 곳곳에서 묻어난다. 혼자만의 뉴욕생활이 아닌 나옹이와의 동거이기에 많은 부분이 배려되고 맞춰지기도 했다. 그런 에피소드의 깊숙이 들어가다 보니 자칫 야옹이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서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낯선 기분까지 들었다.

 

  저자에게는 무척이나 각별한 나옹이고 어쩌면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뉴욕에서의 생활이기에 들뜨고 모든 것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나옹이를 만난 적이 없는 나도 사랑에 빠질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들이 즐비했다. 애완동물이라 하지 않고 왜 반려동물이라고 하는지 깨달을 수 있을 정도의 세심한 감정들이 모두 묻어났다. 야옹이의 사진도, 나옹이와의 에피소드를 담은 그림도 너무 귀엽고 푸근해서 잠시 이 시간들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른한 오후, 카페테라스에서 광합성을 하며 차 한 잔 하는 여유롭고 따스한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묻어나는 소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이었다.

 

  『고양이에게』는 저자가 고양이 나옹과의 일상을 그림과 사진으로 담은 첫 번째 책이었다. 이 책 속에는 나옹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찍을 수 없을 것 같은 사진들로 가득하다. 사랑하는 시선으로 볼 때 찍은 사진이 얼마나 예쁘게 잘 나오는지는 알고 있는 터라 나옹이의 사진에서 살짝 질투도 느꼈다. 이렇게 사랑받는 나옹이라니. 일거수일투족이 사랑받는 사람에 의해 관찰되고 사진으로 남겨진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부러워한 것이다. 그 안에 묻어 나오는 저자의 일상과 나옹이가 얽혀 만들어내는 효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게 만들 정도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애완동물을 키워본 건 초등학교 때뿐이었다. 친구네 집에서 얻어온 새끼 고양이를 손수 밥 먹이고 변을 갈아주고 함께 이불에서 동고동락 할 정도로 그 과정은 무척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어느 정도 크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어렸던 내가 책임지고 동물을 키운다는 데서 오는 책임감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모되어 그대로 고양이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이 책 속의 나옹이 사진들에 감탄할 수 있었던 것이고 상당부분 저자의 삶의 자리를 차지하는 나옹이가 자연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

 

  어릴 적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으면서도 갑작스런 그네들과의 이별 때문에 내 마음의 문이 닫혔는지는 몰라도 반려동물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동물 이상의 대우를 하는 것에 대해 늘 불편한 시선을 가져왔었다.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는데 며칠 전 아파트 입구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보면서 내 마음의 무언가가 빠직하고 움직인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나를 향해 다정하게 다가와 몸을 비비던 고양이.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애정을 받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부수적인 것들이 필요하던가. 말 못하는 동물이 나에게 그렇게 마음을 열어준다면 분명 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는 걸 이번에 느끼게 되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관심 받고 사랑받으며 서로에게 의지할 때 친구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지하게 되었다. 늘 이별이 아파서 그렇지 그렇게 친구가 된다면 오래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질 것 같다. 예고도 없이 떠나버렸던 고양이, 학교를 파하고 돌아와 보니 팔려버린 누렁이가 아직도 기억나는 건 내가 분명 동물이 아닌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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