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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롭지만 좋은 날 1
영춘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중학교 때부터 홀로 자취를 해서인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는 것을 못견뎌하는 양면성이 생겨버렸다. 그때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주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분명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고, 음악을 좋아하긴 했으나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독서가 취미가 되기 전이었기에 분명 멀뚱멀뚱 누워서 온갖 상념에 빠져드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럴 때 내 마음을 조금이나 대변해 주는 책들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세상엔 혼자가 아님을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감정들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덜 외로웠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 책처럼 사사로운 일들의 기록이 좋은 느낌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10대의 나는 외모 콤플렉스와 하기 싫은 공부로 인해 늘 고민에 빠져 지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로 돋보이고 싶고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우쭐해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내 안의 열등감을 누군가가 위로해 주었다면 그런 바보 같은 생각에 빠져 지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보면 내가 가진 열등감보단 심하진 않지만 젊을 때 할 수 있는 고민과 소소한 행복들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어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를 짝사랑 하던 일, 어떤 물건이 갖고 싶어 열망하고, 미래의 불안함으로 한숨 쉬고, 이별에 아파하고 절망하던 일 등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일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책장을 휙휙 넘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옛 생각으로 찡하기도 하고 덜컹거리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조금만 방향을 틀었더라면 지금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내게 왔던 몇 번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좀 더 행복했을까? 20대의 불안했던 미래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왜 사그라져 버렸으며 나의 미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또 다른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예전 같았다면 문학이 아닌 다른 장르에서 이런 고민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끌어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 대한 편견을 허물자 더 다양한 장르가 나에게 다가왔고 오히려 문학보다 글이 없는 만화를 더 읽기 힘들어 하던 내가 이제는 이런 저런 생각을 연결시킬 줄도 알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내가 미워하는 감정을 타인이 몰라줄 때 억울하다며 펄펄 뛰며 험담하던 일들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이 책에서도 한 선배를 미워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별히 미운 행동들을 하거나 못되게 굴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사람도 누군가에겐 귀한 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마음이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내 스스로가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타인을 미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키워보니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러운데 이런 아이가 사회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겪을 걸 생각하니 이 책 속에 담긴 소소하면서도 있을 법한 상황들에 괜히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걱정이 앞일을 지배하지 않도록 매일 매일의 쌓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걱정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충실히 살아가며 너무 큰 것을 넘보지 않는 것. 요즘 내가 내 스스로에게 늘 해주는 말이다. 무언가 특별한 일은 갑자기 행운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의 노력과 인내, 부지런함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나에게도 좋은 날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