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만나면
게일 포먼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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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떨리도록,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가 있었다. 제발 무사히 지나가도록 기도하고 기도하던 순간들.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이 그 하나이던 순간들. 나의 간절한 바람대로 무사히 지나간 순간이면 모든 것에 감사하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사람이란 게 얼마나 간사한지를 알게 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게 감사하던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만다. 마치 추억 하나를 떠올리듯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뻔뻔하게 또 다시 그런 순간을 바라게 된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애덤에게 간절히 기도했던 순간은 미아가 사고를 당했을 때였다. 그의 바람대로 기적적으로 깨어난 미아. 그렇게 다시 재회한 그들이었기에 절대 헤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당연하게 믿어 버렸다. 첫사랑의 아픔이 지나가면 ‘영원히’란 말을 믿지 않게 된다는 것을 나 역시 경험하게 되었는데 애덤과 미아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네가 있어준다면』두번째 이야기에서 애덤과 미아가 헤어진 것이다. 그것도 뭔가 석연치 않다. 그들이 헤어질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첫번째 이야기의 여운마저 가셔 버리는 듯했다.

 

  그들이 헤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3년이 지나도록 진심을 숨긴 채 겉돌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마음의 분노를 분출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모습에 종종거렸다. 여느 연인에게서 볼 수 있는 권태기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운명적인 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너그럽게 생각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너희는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절대 헤어져서는 안 돼!’ 라고 틀을 정해놓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참이 지나서도 그들의 마음을 쉬이 이해해주지 못했다. 책을 볼 때마다 ‘왜 그랬을까? 왜 첫번째 이야기의 여운을 가져가 버렸을까?’라며 그들의 이야기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두번째 이야기를 만난 지 일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닥쳤던 어려움과 운명에 맞서려면 더 단단해져야 했고 그 과정 중의 하나가 헤어짐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처음 가졌던 내 상상속의 로맨스가 아니라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사랑이야기로 다가왔다. 흔히들 연애하다 결혼하면 환상이 깨진다고 하는데 소설 속에서만 묶어두었던 환상을 깨뜨리는데도 어떠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나의 바람대로 애덤과 미아가 더 깊이 사랑하고 자신들의 꿈을 향해 함께 다가갔더라면 어쩌면 더 밋밋했을지도 모른다. 내면의 갈등을 겪고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며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에 서로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헤어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애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은 채 떠나버린 미아의 행동이 완전히 옳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가 가졌을 마음에 무게를 어렴풋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린 모두 호된 시련을 거치면서 벼려진 거야.(270쪽)

 

  두번째 이야기에서 애덤과 미아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어쩜 이 문장일지도 모른다. 애덤과 미아가 겪었던 첫번째 시련은 죽음과 삶의 경계였고 두번째 시련은 둘의 헤어짐이었다. 그 시련을 함께 겪거나 혹은 따로 겪었더라도 그들에게 충분히 벼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의 벼려짐으로 인해 그들이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그렇지 못한 수많은 인연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도 시련을 거치면서 깨닫게 되는 하나의 진실이다. 그렇기에 나와 함께 그 시련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을 원망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먼 시간을 돌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시련을 함께 견뎌야만 행복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굉장히 오랫동안 곱씹었기에 나온 생각의 전유물에 감사한다. 틀 안에 묶지 않는 것. 생각이든 사람이든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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