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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처럼 -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만난다 ㅣ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1
김병일 지음, 한국국학진흥원 기획 / 글항아리 / 2012년 12월
평점 :
순식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좀 많아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퇴계이황의 업적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다룬 퇴계 이황의 중점은 무엇인지 조금 애매해지고 말았다. 총 3장으로 이뤄진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퇴계가 받든 여인들' '퇴계를 만든 여인들' '퇴계, 백성을 받들다' 인데 그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소재라서 흡인력이 굉장했다. 특히 퇴계의 부인들과 어머니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퇴계의 삶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잘 몰랐던 퇴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퇴계는 어떤 사람인지 약간은 겉핥기가 된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감출 수 없었다.
퇴계는 두번의 결혼을 했는데 첫번째는 사별을 하고 두번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부인을 맞이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두번째 부인과의 만남은 자세하지 않지만 그런 부인을 받아들이고 받들었던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때로는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탄하는 모습도 그려지기도 했다. '나도 무척 불행하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법! 어찌 내 생각만 하면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겠는가?(69쪽)' 라며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서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퇴계에게 행복이란 가족과 친족 더불어 이웃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생각한 행복도 이런 것이다. 세상의 물질과 권력, 탐욕에 마음을 두지 않고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지인들, 혹은 모르는 타인들에게도 내가 가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 늘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다. 오로지 내 생각만 하면서 정작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만 든다.
타인의 삶에서 감동을 얻고 또 그와 같이 살기를 갈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오래도록 칭송받고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면 오히려 나와는 너무 다르다는 이질감 때문에 멀리하는 경우도 있다. 퇴계 이황이 나에겐 그런 존재였다. 정작 나는 퇴계 이황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데 너무 유명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난 퇴계는 혼자서 덧나지 않고 어울리는 삶, 소박하고 겸손한 삶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또렷이 알 수 있었다. 그가 남긴 업적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갔고 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만 알아도 한발짝 다가간 느낌이다. 이 느낌을 나의 삶에 접목시키면 환상적이겠지만 늘 그렇듯 하루가 어렵고 내게 주어진 삶이 버겁다고 두려움을 먼저 드러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