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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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멀어지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돌아올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멀어진 거리만큼 되돌아오는 일에서 나는 탄성을 얻는다. 그 탄성은 날이 갈수록 딱딱해지는 나라는 존재를 조금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함부로 혹은 지속적으로 잡아당겨지더라도 조금쯤은 다시 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안녕 다정한 사람』 17~18쪽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내가 속한 곳에서는 못 떠나서 안달하면서도 막상 여행을 떠나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 충전을 얻기도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멀어졌다 되돌아오는 것. 비단 거리뿐만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기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에 읽은 『그저 좋은 사람』을 읽고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 욕망이 심하게 일었다. 목적지는 늘 가보고 싶었던 프랑스. 파리가 아닌 고흐의 흔적을 좇아 남쪽으로 여행하고 싶어졌다. 고흐가 프랑스에서 활동했을 때의 작품들이 강렬했기에 고흐라면 네덜란드가 아닌 늘 프랑스가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 나에게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오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프랑스를 선택했을 것이다. 고흐에 흔적을 좇아 느리게 여행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열편의 여행기는 참 부럽다. 열 명의 유명인들의 여행기를 보는 것도 설레지만 개인적으로 이 모든 여행에 동행하고 사진을 찍은 이병률 시인이 가장 부러웠다. 평소에 좋아하던 분들과의 동행이었다고 하니 그 설렘이 어땠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듯 했다. 첫 여행기는 은희경 작가의 호주 여행기였는데 여행에 관한 문구를 보고 나서 단박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드넓은 호주에서 와인에 흠뻑 취하면서도 마음속의 들뜸과 감상을 나긋하게 들려주어서 마음이 무척 평안해졌다. 그래서일까. 직접 갔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었다.

 

  이 여행은 가고 싶은 곳을 누비는 여행이었기에 10명의 여행가들에게서 이곳을 잘 설명하고 전달해야겠다는 느낌보다, 있는 그대로 스스로가 만끽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마음을 두었던 곳을 골라 그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좋아하는 배우가 그리워 걷는 이도 있었고, 좋아하는 음악의 흔적을 따라 거닐기도 하며, 식도락 여행을 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이라는 타이틀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여행기를 보고 있자니 서툰 면도, 생각을 전달하려는 애씀도 편안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여행의 목적이 다양하겠지만 혼자만의 여행이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떠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종종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여행의 목적을 가진 글들을 만나기도 한다. 혹시 그런 글들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 책을 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여정과 느낌에 다소 생소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42쪽)'라는 말처럼 낯섦 속에서 또렷한 자신을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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