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 시리즈 03 : 다람쥐 넛킨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3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는 올빼미 브라운 할아버지에게 버릇없이 굴다 혼쭐이 난 다람쥐 넛킨 이야기다. 어른에게 버릇없이 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데 다람쥐 넛킨은 해도 해도 버릇없이 굴어서 당할 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람쥐 넛킨과 그의 형제 트윙클베리와 다람쥐 친구들은 밤이랑 잣이랑 도토리를 주우러 뗏목을 타고 브라운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섬으로 간다. 트윙클베리와 다람쥐 친구들은 브라운 할아버지에게 드릴 생쥐를 가져가서 공손하게 식량을 주워가도 되냐고 여쭌다. 그리고 부지런히 몸을 놀려 해가 진 다음 뗏목에 잔뜩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람쥐 넛킨만은 예외였다.

 

  넛킨은 식량을 줍는 일에도 관심도 없고 브라운 할아버지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도 모자라 괴롭힌다. 나뭇가지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쐐기풀로 할아버지의 코를 간지럽히고 도토리로 구슬치기를 하는 등 브라운 할아버지의 인내심 테스트라도 하는 것 같았다. 다람쥐들은 며칠 동안 할아버지가 좋아할만한 식량을 가져다 드리면서 공손히 자기네들의 식량을 주워갔는데 그럴 때마다 넛킨만 유독 엉뚱하고 버릇없는 행동으로 브라운 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렸다.

 

  브라운 영감이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다람쥐들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넛킨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브라운 할아버지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못마땅한 얼굴로 넛킨을 쳐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넛킨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여섯째 날 브라운 할아버지 머리위로 올라간 넛킨을 참다못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쥔다. 넛킨을 잡아먹으려고 거꾸로 들어 올리자 놀란 넛킨은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다. 혹시 숲 속을 지나가다 꼬리가 떨어진 다람쥐를 발견하면 틀림없이 넛킨일 것이다. 꼬리가 떨어진 이런 이유를 알게 된다면 넛킨에게 동정의 눈길만 줄 순 없을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버릇없이 굴어도 후한이 두려워 쉽게 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뉴스에도 보면 아이들을 혼냈다 죽음까지 이르는 소식을 듣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예전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어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어른들 앞을 지나는 것이 곤욕이었다. 아버지가 한분한분 인사를  드리고 지나가라고 해서 몇 번의 인사를 거친 다음에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동네어르신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지금은 차를 타고 마당까지 들어가는 상황이라 그런 인사치레는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그럼에도 곤욕스러웠던 그때를 떠올리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었는데, 삭막한 도시 속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레 개인주의가 되어버리는 내 마음이 낯설기만 할 뿐이다.

 

  다람쥐 넛킨을 통해 어른에게 버릇없이 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지만 비단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 묵직한 것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간 늙어서 노인이 될 테고 젊은 사람들과 세대 차이를 겪게 될 터인데 그런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이 협소하게 느껴진다. 너무 무겁게 엮어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사회에 팽배해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오늘따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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