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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옹을 찾아 주세요 - 셀레스틴느이야기 1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언젠가부터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할게!'라고 말해놓곤 알면서도 지나쳐 버리거나 '안 해도 되겠지.'란 마음으로 대충대충 해버릴 때가 있다. 분명 지켜야 할 약속임에도 지키지 않고 '괜찮겠지.'란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시켜버린다. 결코 좋은 태도라고 할 수 없음에도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저자의 이름을 보고 구입한 책이라 그림에 온통 정신이 팔려 곰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생쥐 셀레스틴느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말았다. 겨우 같이 산책 나갔다 셀레스틴느가 잃어버린 펭귄 인형 시메옹을 찾아주려고 애쓰는 에르네스트 아저씨가 다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에르네스트 아저씨가 셀레스틴느에게 산책을 가자고 했고, 그 길에 시메옹을 잃어버렸기에 아저씨 탓이라고 시메옹을 찾아달라고 떼쓰는 셀레스틴느가 조금은 무례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셀레스틴느에게 뭐라 하지 않고 다시 날이 밝으면 찾아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날 산책 나갔던 길에서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시메옹을 찾긴 했지만 이미 엉망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인형가게에 간다. 인형가게에서 펭귄인형 시메옹을 찾았지만 없자 다른 인형을 사와서 셀레스틴느에게 선물을 준다. 하지만 시메옹을 가장 좋아하는 셀레스틴느는 기운 빠져 하고 그 모습을 보고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좋은 생각이 있다며 시메옹을 그려보라고 한다. 셀레스틴느가 그린 시메옹 인형을 보고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직접 인형을 만들고 친구들을 불러 인형 파티를 열어준다.
아저씨 탓이라고 떼를 부리던 셀레스틴느는 파티 이후로 아저씨의 말씀을 잘 듣게 된다. 대충 다른 인형으로 때우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데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셀레스틴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곰과 생쥐라는 인물 배치도 그렇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를 따듯하게 그리고 있어 아이들을 대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 해설을 보면서 이 사실들을 깨닫고 다시 읽게 되었지만 내가 온전히 느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감정 없이 깊이 있게 읽지 않은 독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저자의 그림이 반갑기도 했다. 책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