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2 - 대초원의 작은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첫 번째 이야기 '큰 숲 속의 작은 집'을 읽고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로라의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고 기대감이 샘솟았다. 아무래도 이 시리즈는 중간에 멈춤 없이 끝까지 쭉 읽어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랑스럽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로라네 가족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 아늑하고 포근했던 통나무집을 떠나 초원으로 이주하는 이야기는 불안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통나무집에서 들려주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그런 시간이 오래 지속될 거라 마음을 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언급했듯이 로라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지만, 통나무집을 떠나 서부로 이주하는 모습에서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던 숲 속에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로라네 아빠는 과감히 가족들과 이별을 하고 떠난다. 그러나 포장마차에 가족을 태우고 살림살이를 싣고 서부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강물을 건너기도 하고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탁 트인 초원에 자리를 잡고 집을 짓기 시작한다. 집을 짓는 일은 대부분 아빠가 해야 했기 때문에 아늑한 통나무집으로 옮겨가기까지 밖에서 생활도 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인내해야 했다. 

 

  아빠는 시냇가에서 열심히 통나무를 가져와 집을 지었고 다른 이웃들의 도움을 빌려 통나무집을 완성한다. 여전히 사냥을 해서 가족들을 먹였고 엄마는 부지런히 집안 살림을 했으며 로라와 메리는 그런 엄마 아빠 곁에서 늘 조력자의 역할을 했고 동생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로라네가 초원으로 이주하고 그곳에서 집을 짓고 조금씩 정착해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처럼 다양한 이야기와 아늑함은 풍부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의 배경이 백인 이주민들로 인해 인디언들이 서부로 밀려나던 시기라 초원에 집을 지은 로라네 가족의 불안감과 정착지의 불안정함이 교차돼서 마음이 내내 불안했다. 분명 어떤 고난이든 이겨낼 수 있는 로라네 가족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빨리 안정을 되찾아 편안함이 나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우려는 인디언들이 로라네 집까지 들어오고 종종 음식과 담배를 강탈(?)해가고 여러 종족이 모여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로라네 가족은 맘껏 초원을 누릴 수 없었고 늘 걱정과 불안감이 알게 모르게 엄습했다. 엄마 아빠는 로라와 메리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늘 조심했지만 종종 이웃들을 통해서 듣는 이야기와 아빠가 시장에 다녀와서 들은 소식들로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불안감을 감지한 듯 어린 로라도 '초원은 더 이상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초원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302쪽)' 라고 되뇌었는데 인디언들이 전쟁을 치르지 않고 떠난 뒤에도 이 느낌은 여전히 로라에게도 나에게도 남아있었다.

 

  봄이 찾아오자 로라의 아빠는 밭을 일구고 씨앗을 가져와 심는다. 고기와 빵만 먹는 식단에 야채거리가 풍성해질 거라는 희망으로 온가족이 씨앗을 심고 싹을 돌보는데 나섰지만 그런 안락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군인들이 백인 이주민들을 쫓아낼 거라는 소리를 듣고 로라 아빠는 모든 것을 뒤로한 채 가족들과 또 다시 인디펜던스로 떠나기로 한다. 애써지은 통나무집과 텃밭이 너무 아쉬웠지만 초원에서 느꼈던 불안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엄습했던 것이 기억나, 로라네 가족이 좀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교차했다.

 

  아마 나였다면 숲 속의 작은 통나무집을 떠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떠나왔더라도 로라네 가족처럼 다시 일년 만에 초원의 집을 놔두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로라네 가족이 정착하기까지 아직 몇 번의 이주가 남아있기에 당분간은 불안한 마음과 함께 이 책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로라의 아빠가 늘 했던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라는 말처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가족을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려는 로라네 가족의 이야기가 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이렇게 진한 울림으로 다가오나 보다. 변화를 심히 두려워하는 나에게 떠남과 새로운 곳에서 발견하게 될 희망이 무엇인지 조금은 진솔하게 보여준 두 번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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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05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나오는 분들은 '스스로 삶을 지을 줄 알'기에
아쉬움 없이 새터를 찾아나섰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