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1
빅토르 위고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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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의 성공으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재조명 되고 있다. 어렸을 적 장 발장이라는 책으로 익히 들어온 이야기가 다시 이렇게 관심을 받지 않았다면 나 또한 제대로 만나려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왜 책 제목이 장 발장이 아닌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을 지닌 『레 미제라블』인지 이제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레 미제라블』이 작품의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이라는 생각은 확고해 졌지만 현재와 닮아있는 이야기가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묵직한 원작소설도 구매를 했지만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로 먼저 만나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전체 이야기를 훑은 다음 영화를 보고 원작소설을 정독하려는 계획 때문이다. 막상 한권으로 된 이 책을 읽고 나니 굉장히 방대하고 촘촘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다. 만화로 읽는다지만 그런 이야기를 잘 압축해 놓아서인지 쉽게 지나칠 수 없어 나름 꼼꼼하게 읽었다. 많은 이야기와 인물들이 얽혀 읽고 나서도 단박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아우르진 못했지만 『레 미제라블』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는 충분히 읽혔다. 당시의 문화와 역사, 개인의 끈질긴 삶과 비참하고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인물들과 역사적 배경,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도 변화지만 장 발장이란 인물에 가장 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빵을 훔쳤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몇 번의 탈옥 끝에 죄가 더 늘어나 도형장에서 19년을 복역하고 나온 장 발장. 그에게 희망이 있었을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심했던 당시에 이런 생계형 범죄도 쉽게 간과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는 얼마나 많은 절망을 안고 살았을까. 19년 만에 자유인이 되었지만 피폐해진 마음은 그를 다시 죄짓게 만들었다. 그는 유일하게 보통 사람으로 대해주었던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은수저를 훔쳐 달아났다. 그러나 미리엘 주교는 그가 죄가 없다고 증언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장 발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철저히 과거를 숨기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돕는다. 도시를 풍요롭게 하고 미혼모의 아이 코제트를 우여곡절 끝에 구하고 자신의 딸처럼 키운다. 장 발장에게 삶이 그렇게만 흘러갔다면 이 방대한 이야기가 더 극적으로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장 발장의 삶은 너무나 파란만장했다. 그를 쫓는 경찰 자베르를 평생 감내해야 했고 몇 번의 위기도 극복해야했다. 그럼에도 그는 도망치고 숨는 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전장에서, 약한 사람들 편에서, 코제트를 사랑하는 마리위스의 뒤편에서도 성심성의껏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한다.

 

  장 발장의 죽음으로 이 방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되지만 결코 비참하거나 후회 있는 죽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 자신을 쫓아다니는 자베르를 용서하고, 코제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질투심을 느꼈던 마리위스에게 자신의 삶을 털어놓고 혹여나 해가 될까 둘의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고 숨을 거둔다. 그가 코제트와 마리위스에게 '영원토록 서로 사랑하라. 서로 사랑하는 것, 이 세상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일은 거의 없다.'고 남긴 마지막 말이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것은 그가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코 누군가를 사랑할 것 같지 않았던 전과를 가진 한 인물이 자신을 사랑으로 대해주었던 타인으로 인해 변모하고, 그 또한 타인을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경험했기에 얕은 감동이 아닌 진한 울림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권으로 읽는다지만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해 놓았다고 앞서 말했었다. 그렇기에 장 발장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소소한 느낌을 털어놓았지만 이 책의 줄거리를 몇 마디로 요약하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원작소설로 다시 만나고 싶고 영화는 어떻게 풀어놓았을지 더욱 궁금하다. 이 책으로 인해 『레 미제라블』을 제대로 읽겠다는 다짐은 물론 빅토르 위고의 문학세계가 궁금해졌다. 그가 남긴 작품 목록을 훑어보면서 올해는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여러 편 만나봐야겠다는 나름대로의 계획도 세웠다. 현재 흥행중인 영화가 현대인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힐링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서도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내면과 직시하고 있는 현실이 팍팍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고전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고 위대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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