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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세트 - 전3권 ㅣ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 쪽에 워낙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신과 함께』를 읽기 전까지 이쪽 분야에 전혀 관심을 갖지 못했다. 『신과 함께』 저승편을 읽고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싶었고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나름의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승편은 재개발 지역 철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읽는 내내 암울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버거워 머뭇거리는 사이 신화편이 나오게 되었고 정말 다양한 한국 신화를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승편에서 만난 저승차사와 가택 신들이 어떻게 그 일들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신화편 <상>에서는 저승과 이승을 다스리는 대별왕 소별왕의 이야기와 함께 해원맥과 이덕춘이 저승차사가 된 사연을 들려준다. 이 시리즈의 나온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각각의 사연, 그중에서도 마음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참 많았다. 해원맥과 이덕춘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이 저승차사라고 해도 우리의 생로병사와 함께 얽힌 팍팍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삶을 살다 저승차사가 되었기 때문에 저승편에서의 그런 활약을 보여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면 여전히 견디기 힘든 일들이겠지만 해원맥이 덕춘과 함께 꼭 저승차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을 때의 그 절박함을 보고나니 그들이 더 의연해 보였다.
신화편 <중>에서는 할락궁이전과 성주전을 다루고 있었다. 한국신화를 재해석했다는 이야기들은 조금은 잔인하고 절절한 사연들이어서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이승에서 일어났고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자 삶이 더 팍팍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들이 얽혀 그들의 삶을 만들어냈고 또 다른 임무로 저승과 이승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 시리즈의 완결편답게 좀 더 촘촘해지고 볼거리가 가득한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읽혀 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신화편 <하>에서는 녹두생이전과 강림전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녹두생이전은 구술 고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선과 악의 노선이 뚜렷했다. 모태 한량인 남선비는 언제나 속을 터지게 했지만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그의 안부를 알게 뭐냐며 마무리 지은 부분에서는 소심한 통쾌함을 느꼈다. 강림 차사의 이야기는 저승편과 이어지고 있어 궁금증 해소와 흥미로움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강림전을 읽으면서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지 말 것, 하고 싶은 말은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이렇게 『신과 함께』의 모든 시리즈를 읽었다. 웃고 울다가 만난 수많은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어디서 읽은 이야기더라?' 착각할 때가 있지만 오랜 세월 굽이굽이 담긴 이야기라 생각하면 기억하지 못하면 어떠랴 하고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본다. 재밌게 읽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지나칠 수도 마음에 오래 새길 수도 없다는 말이다. 쉽게 지나쳐버리면 모두 사라져버릴 것 같고 마음에 새겨두자니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주변에도 그런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내 삶에 어떻게 접목시킬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좀 더 정의롭게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더 맞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