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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래빗 시리즈 01 : 피터래빗 이야기 ㅣ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1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저기서 분명 '피터래빗'은 많이 들어봤는데 책은 제대로 접한 적이 없었다. 우연히 지인이 이 책을 예약판매 했다고 하기에 이번기회에 한번 읽어볼까 하고 주문한 책이 며칠 전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첫번째 책을 꺼내서 읽었다. 폭신한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으니 타샤 튜더 할머니가 바로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알게 해준 지인에게 타샤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말했더니 저자가 타샤 할머니의 롤모델이었단다. 거기다 저자가 작은 사이즈 책의 동물 문학의 원류라고 하니 더 신기하고 반가웠다.
저자의 책보다 타샤 할머니의 책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자마자 타샤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고 했는데, 화풍은 분명 달랐지만 생동감 있는 동물들과 현실과 상상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닮아있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말썽쟁이 장난꾸러기 피터가 아빠 토끼를 잡아간 맥그리거 아저씨네 텃밭에 들어가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엄마 토끼가 외출하면서 맥그리거 씨네 집에만 가지 말고 얌전히 놀라고 했는데 피터만 그 말을 귓등으로 듣고 곧장 텃밭으로 달려갔다. 야채들로 배를 채우다 맥그리거 아저씨와 딱 마주친 피터는 도망치다 신발과 옷가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아저씨에게 잡히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탈출한다.
몇 번의 위기를 겪은 후에 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맥그리거 아저씨를 피해 달아나다 물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피터는 밤새 몸살이 나고 말았다. 엄마 토끼의 보살핌으로 피터는 잠들기 전에 향긋한 국화꽃 차를 마셨다. 엄마 토끼의 말을 잘 들었던 다른 토끼들은 더 맛있는 저녁을 먹었지만 피터에게는 당장 음식보다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줄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잠들기 전의 아이에게 잠깐 들려 줄 정도의 짧은 분량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혹여나 닳아질세라 아껴 읽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터가 속한 공간과 사건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저자는 밖에서 맘껏 뛰어놀 수 없는 허약한 아이들을 위해 개구쟁이 꼬마 토끼 피터래빗 이야기를 만들어 그림 편지로 보내주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 수 없어도 그 편지로 얼마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들었을지 상상이 갔다. 짧은 시간에 내가 느꼈던 그런 기분이 다양한 아이들에게도 닿았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타샤 할머니가 롤모델로 삼을 만큼 두 사람은 많이 닮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물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하며 자연을 사랑하고, 용도는 다르긴 하지만 그림책을 팔아서 번 돈으로 아름다운 땅을 구입한 것도 그랬다. 도시에 찌든 일상에 심하게 젖어 있는 삶은 아니지만 종종 자연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런 책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어릴 적 뛰어놀던 시골의 풍경으로 나를 데려감은 물론, 동심을 불러일으켜 잠시 나이와 처지를 잊고 순수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니 말이다. 이제 나머지 이야기를 만나야겠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조바심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