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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먹은 대로 살아요 - 思うとおりに步めばいいのよ (2002)
타샤 튜터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천양희 옮김 / 종이나라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타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지겹지 않다.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어도 타샤 할머니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처음 타샤 할머니를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입소문이 너무 좋아 타샤 할머니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괜히 실망할까봐 조심스럽게 접근했었다. 나의 염려와는 달리 첫 책을 읽고 타샤 할머니에게 단박에 반해버렸다. 그렇게 책을 찾아 읽다 보니 출간 소식을 기다려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어느새 타샤 할머니 책이 모두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더 이상 만날 수 있는 책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서글프던지. 그래서 중복된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타샤 할머니 책이라면 무조건 모으고 읽게 된다.
타샤 할머니 책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내용과 사진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타샤 할머니의 삶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낸 사진작가 리처드 W. 브라운의 사진과 타샤 할머니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타샤 할머니에게 빠져 있을 때 이 책을 알고 있긴 했지만 중복된 내용일거라 생각하고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게 없는 타샤 할머니 책을 구입하다보니 이 책만 쏙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인지 금세 읽어버리고 말았지만 나에게 또 다시 머무는 이 평안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타샤 할머니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평범함이 발산하는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음을 또 한번 느낀다.
굳이 책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익숙한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타샤 할머니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감격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책은 반복해서 읽어도 늘 새롭고 재밌다는데 타샤 할머니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딱 그런 기분이다. 곱씹어도 물리지 않고 더 친근하고 안락함이 전해져 오는 이 느낌. 타샤 할머니의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지나온 삶이 남겨진 독자들에게 주는 감동이다. 분명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이렇게 다른 책으로 다시 만나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타샤 할머니가 전해주는 울림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껏 자연과 함께 살아오면서 느낀 소소한 발견, 깨달음이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샤 할머니가 좋아하는 책 구절을 말할 때도 이미 그대로 살아와서인지 깊은 신뢰가 간다. '꿈을 향해 자신있게 나아가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어느새 성공은 당신 손 안에 있을 것이다.' 만약 인생철학이 있다면 미국의 사상가 소로우가 한 이 말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고 말하는 타샤 할머니. 오랜 세월을 '어울릴 듯'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삶의 궤적을 좇기만 해도 이미 이루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어찌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는가. 동기부여까지 아니더라도 타샤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고 있어도 현재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가장 늦게 내게 왔지만 초기에 출간된 책이어서 그런지 어휘가 조금 어색한 부분이 몇 군데 보였다. 나름 타샤 할머니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색함과 대조적으로 풋풋함이 보이기도 했다.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출간된 책이어서 연보에 타샤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신다. 그러나 그깟 연보가 뭐가 그리 중요하랴. 오래전부터 타샤 할머니는 내 마음속에 늘 함께 있는 걸! 마음이 허할 때, 뭔가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타샤 할머니의 책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힘이 난다. 금요일 저녁, 망망대해 같이 느껴지던 스탠드 불빛 아래서 그렇게 타샤 할머니와 다시 만난 시간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