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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타샤 튜더 지음, 김용지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아인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타샤 할머니 책은 거의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이상 볼 책이 없다고 생각해 이 책이 나왔을 때 반신반의했었다. 우려먹는 거라 생각하고 읽지 않으려 했는데 나처럼 타샤 할머니를 좋아하는 지인이 꼭 읽어보라고 해서 믿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역시 지인의 말을 듣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타샤 할머니의 책을 보는데 참 행복했다. 타샤 할머니와 다시 조우하는 것 같아 좋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타샤 할머니의 집에 새롭게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를 반가움이 더해지는 것 같았는데 리처드 W. 브라운의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서 그랬나보다. 타샤 할머니 책 중에서 리처드 W. 브라운의 사진이 실린 책을 가장 좋아해서인지 이미 익숙한 타샤 할머니의 정원, 집, 부엌들이 더 즐겁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내 마음속의 집처럼, 혹은 제 2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타샤 할머니의 집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리처드 W. 브라운의 사진과 함께 타샤 할머니의 간략한 설명들이 무척 따스했다.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고 집주인은 집 구석구석을 설명하는 것일 텐데도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타샤 할머니는 그렇다고 쳐도 그것을 간파한 사진작가의 사진 속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책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정원, 부엌, 저장실, 창고 등을 분류해서 집의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준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거대한 집이라는 생각보다 조각조각 기억되는 여러 개의 집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지만 하나의 통일된 느낌은 그대로 전해져 온다. 고풍스러움, 오래된 집 같지만 포근함이 느껴지고 안락하고 아름다운 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었다. 늘 그대로 타샤 할머니가 그곳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궁금할 때마다 나는 타샤 할머니의 집을 둘러보는 구경꾼이 되는 것이다.
타샤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금은 감질 맛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 한권으로 절대 타샤 할머니에 대해서 알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만 보고 타샤 할머니를 놓쳐버린다면 그것 또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타샤 할머니는 만나도 만나도 매력적인 분이고 바로 빠져들게 될 테니 다양하게 만나보길 권한다. 타샤 할머니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코기빌을 마주하게 되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미 그 매력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것임은 물론이고.
타샤 할머니의 집을 다시 둘러본 것만으로도 일상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다. 내 집은 절대 이렇게 꾸밀 수 없다는 절망은커녕 책을 통해서라도 이런 집을 만나게 되고, 이렇게 집을 가꾸며 살아간 사람을 알게 된 다는 것에 감사하다. 비록 더이상 타샤 할머니는 코기빌에 계시지 않지만 늘 그렇듯이 책으로 만날 때마다 그 속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마음이 허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거리에 상관없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