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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1 ㅣ 어쿠스틱 라이프 1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이든 카툰이든 자주 보지 않는 이유가 이상하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익숙지 않은 구성 때문인지 그야말로 낱낱이 읽어야 직성이 풀려 정독하다보니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은 시간이 좀 넉넉할 때 읽게 되는데, 입소문이 너무 좋아서 깊은 밤임에도 『어쿠스틱 라이프』를 펼쳐들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나에게는 가히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룻저녁에 이 책을 다 보다니. 오히려 200페이지짜리 소설책을 읽었다고 하면 아무렇지 않는데 스스로 읽는 속도를 알기 때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나 입소문대로 재미있었고, 심하게 공감을 하다가 깔깔거리며 웃는 나를 보면서 신기해 할 정도였다.
스물일곱 살의 어느 날, 별다른 여자가 없으면 아빠가 결혼하라는 얼토당토 않은 프러포즈로 인해 남편이 생긴 난다. 그걸 프러포즈라고 화를 내면서도 난다는 한군을 남편으로 맞이(?)했다. 열혈 게이머 한군과 난다의 신혼생활은 솔로인 내가 지켜봐도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있다는 기준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내가 바라보는 재미는 일상생활에서 심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혼생활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아 부럽다는 편견을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일상을 실감나게 그려내느냐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토를 달 필요 없이 완벽했다. 에피소드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란 감탄사를 터트릴 정도였다.
간접경험을 해야 할 정도로 먼 얘기가 아닌(100%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잘하게 엿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볼 사람도 없어 정말 살림을 팽개치고 사는 나인데, 그래서인지 난다의 주부 모습에 많은 공감이 갔다. 분리수거, 요리, 설거지, 각종 집안일 등등 어쩜 나와 그리 비슷한지 모르겠다. 천성이 게으른 나는 난다와 혼연일체가 된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독특한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생활의 이야기들을 옮긴 것인데도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어 더 즐거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달랐을 뿐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다루고 있는 모습에 깨알 같은 웃음을 터트렸으리라.
신혼생활,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이름의 모습, 다양한 감정의 쏟아냄을 내가 순식간에 후루룩 읽고 공감했지만 얼마나 촘촘히 기록해 왔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질 수 있었고, 독자들은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위대함,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느꼈다면 이 책을 제대로 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았을 때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 안에 조금씩 축적되고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시기. 그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고, 충실함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모르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열심히 살아보자는 용기를 얻었다. 그러다보면 타인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줄 수 있는 충실한 이야기들이 생겨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