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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 무지개 나라 아프리카를 꿈꾸다 ㅣ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7
알랭 세르 지음, 자위 그림, 정지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넬슨 만델라란 인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솔직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했다. 좀 더 관심이 있었다면 평전을 이미 들춰봤겠지만 아직 그럴만한 기회를 갖지 못해 나에게 불쑥 다가온 이 책을 스스럼없이 펼쳐들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아!'하고 감탄사를 터트릴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이 그림책이 충분히 각인될 거란 생각과 함께.
나를 먼저 사로잡은 것은 그림이었다. 책 표지가 노란색 배경을 하고 있어 유난히 눈에 띈다 싶었는데, 글과 함께 실린 그림들이 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림책을 볼 때 그린이는 거의 잘 보지 않는데, 책을 읽다 말고 뒷장을 펼쳐 그린이 소개를 볼 정도로 무척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40년 동안 어린이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던 그는 아프리카란 땅을, 남아공의 처절한 흑인들의 삶을, 그리고 넬슨 만델라의 일생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에 만든 남아공 국기의 의미처럼 '다양한 주민, 역사, 풍부한 천연자원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은 그림이었다. 글 속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과 색감만으로도 감정과 상황들을 온전히 읽어낼 수 있는 강렬한 그림들이었다.
넬슨 만델라의 어린 시절부터 길고 긴 투옥생활을 끝내고 석방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내가 읽어도 유익할 정도로 알찼다. 그림책을 정독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한데 읽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나에겐 특별한 책이 되어갔다. 초원에서 양떼를 돌보던 롤리랄라라는 영특한 소년이 교육을 받고, 자유를 위해 고향을 떠나고, 도시에서 본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지켜보는 과정까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듯 했다. 그러다 1960년,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 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던 시위대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그는 분노한다. 오래전부터 흑인들의 권익과 자유를 위해 싸워왔던 터라 그때 벌어진 폭력에 대해서는 훨씬 더 비난하고 증오하며 맞서 싸웠다.
하지만 자신의 비폭력인 싸움을 모두에게 납득시키긴 힘들었고, 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수배자 신세가 되어 숨어 지내게 된다. 그러다 1962년 그는 체포되어 5년 형을 선고받지만, 판결과 흑인들의 투쟁을 막으려는 세력에 불만을 품고 일어난 테러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게 된다. 그가 46세 때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27년의 긴 감옥생활이 시작된다.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은, 끈기 있고 힘들지만 감옥 밖의 흑인들에게 힘이 되는 그의 감옥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힘든 노동도, 가족과의 이별도, 수없는 억압과 제약도 모두 이겨냈다. 단순하게 감옥 안에서의 생활만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끊임없이 남아공의 운명과 인권을 향해 싸웠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해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며 그 길고도 힘든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그는 자유롭지 못했다. 가로세로 3미터, 여섯 개의 창살, 깔개 하나, 담요 세 개가 있는 좁은 공간에서 그는 자유를 갈망했고, 인종 차별이 사라지길 원했다. 그 긴 세월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넬슨 만델라의 감옥 생활을 알 수 있도록 정리하고 그 시간을 글로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온전히 한 사람의 인생을 들려주었다.
그가 1만 번의 낮과 1만 번의 밤을 감옥에서 보내고 석방되었을 때 눈물이 맺혔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 수 있다는 것보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이 살아낸 삶으로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뭉클했다. 그는 남아공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증오도 복수심도 없이'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여전히 남아공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자유를 향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27년간 그를 가둔 장벽 안에서 그는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의 삶만으로 오롯이 증명된다.
그가 아직 나와 함께 숨 쉬며 살아있다는 사실이 감격으로 다가온다.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버둥대는 하잘것없는 내 삶과 그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지를 이런 인물들로 인해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어진다. 넬슨 만델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그림책을 펼쳐 들었던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도 역시나 고마움을 느낀다. 힘들다고,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마다 넬슨 만델라를 떠올리려 한다. 27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그의 삶보다 어려운 내 삶이 더 평안하다고 감사하려 한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희망과 인내, 공동의 자유를 향한 노력은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숨 쉬고 살아가는 것도 그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