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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책이야! - 2024 개정 초등 1-2 국어 국정교과서 수록 도서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책을 읽지 않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방법으로, 온 집안에 책을 뿌려 놓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발에 책이 걸리면 "이게 뭐지?"하고 들여다본다고 한다. 그리고 큰 애가 책을 자주 보면 자연스레 동생들도 책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 언니네 에서 현장으로 느껴서인지 어느 정도 신뢰감이 가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그래, 책이야!』에 나오는 동키가 그런 예를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책을 보고 있는 몽키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뭐냐고 묻더니, 요즘에 사용하는 온갖 소셜네트워크를 쭉 나열한다. 몽키는 '이건 책이야'라고 말하고 보라며 건네주는데, 그럼에도 동키는 반신반의한다. 글씨가 많다며 이모티콘으로 간단하게 정리를 하는가 하면, 책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비밀번호 같은 게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몽키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동키에게 "책이라니까"라고 강하게 말한다.
그러다 동키는 몽키가 보고 있던 책을 보게 되는데, 시간이 흘러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보다 못한 몽키가 자기 책을 돌려달라고 하자 동키는 싫다고 한다. 온갖 질문을 퍼부어대다가 자기가 보던 책을 읽는 동키를 바라보다 몽키는 도서관에 간다며 나서자 동키는 다 보면 충전해 놓는다고 한다. 그때 동키의 모자 속에서 마우스가 튀어나와 그럴 필요 없다며, 이건 책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시켜 준다.
책을 보고 있는 몽키, 동키의 수많은 질문에도 꼬박꼬박 대답을 해 주는 몽키, 책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몽키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책을 읽을 때 누군가가 방해하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겨우 인상 한 번 찡그리고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 전부다. 오히려 스크롤이 되냐, 블로그를 하냐, 게임을 할 수 있냐, 메일, 트위터, 와이파이 같은 것을 할 수 있냐고 물어대는 동키에게 책이 어떤 것인지를 강조할 뿐이다. 책이 어떤 것인가를 장황하세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실수를 자주 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을 다 받아주며 책을 직접 읽는 모습과 책에 무엇이 쓰였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동키와 몽키를 보고 있으면 부모와 자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동키는 온라인에 푹 빠져있는 요즘 아이들 같고, 몽키는 그런 아이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부모 같은 모습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사람은 부모인데, 그런 부모에게 몽키 같은 모습을 배울 수 있다면(선급하게 어떤 의미에 대해서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책이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과정을 유도하고 있다. 몽키가 동키에게 책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과정에 인내가 요구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 할 때 그만한 끈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동키가 나의 자녀라고 혹은 무언가를 알아가려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몽키처럼 직접 보여준다면, 책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알아가는 데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 사실을 알려준 동키와 몽키가 참 귀여우면서도 고맙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