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문학동네 루쉰 판화 작품집
루쉰 지음, 이욱연 옮김, 자오옌녠 판화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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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5년 전 『아Q정전』을 통해 루쉰을 처음 만났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읽어도 미심쩍은 작품들은 출판사별로 읽으며 비교해 본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아Q정전』이 새롭게 나왔다고 하기에 얼른 읽어 보았다. 단행본에다 중국을 대표하는 판화가 자오옌녠의 삽화가 들어간 책이라 읽은 작품임에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기대에 부응하듯 아Q란 인물에 대해 제대로 전해주고 있었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Q에 대해 새롭게 정립한 기분이다. 소시민의 대표 격인 아Q를 생생히 보아서인지 그가 못 견디게 애달프고 애달팠다.
 

  루쉰은 아Q를 통해 욕망과 좌절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자오예녠의 판화는 그런 아Q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었다. 자칫 흑백 판화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판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큐가 처해있는 상황 묘사라든가 내면의 변화들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아Q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얻어맞고, 억울함을 당하는 모습들이 드러나 있는데, 덕분에 아Q란 인물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5년 전 텍스트로만 『아Q정전』을 읽었을 때는 변발머리의 보잘것없는 아Q만을 떠올렸는데, 판화로 인해 그런 아Q를 마치 주변의 인물처럼 가깝게 맞이했다. 그래서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아Q가 더 짠했는지도 모르겠다.

 

  성(姓)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Q는 그냥 날품팔이 아Q로 불렸다. 부스럼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얻어맞은 것으로 체면이 서는가 하면, 여자 하인에게 치근댔다가 온갖 모욕을 당한다. '반역'이라는 말까지 듣는 아Q는 당시의 중국사회가 어땠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루쉰은 신해혁명 전후의 중국사회를 배경으로 아Q란 인물을 그려내고 있는데, 당시에 혁명에 대한 소용돌이 앞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아Q는 여자 하인을 추문한 이유로 급기야 날품팔이마저 잃게 되고,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먹을 것을 구하러 성안에 들어간 아Q는 그 곳의 소식들과 함께 물건들을 가지고 왔는데 사람들에게 명성을 얻게 된다. 아Q의 급변한 처지는 스스로를 으스대게 만들었고, 사람들의 대우에 독자인 나조차도 진실이 무엇인지 갈팡질팡하게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Q는 그 순간들을 실컷 누리고 있었는데, 혁명당의 소식이 들려온다.

 

  혁명의 맛을 본 아Q는 당에 가입만 하면 새로운 세계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혁명당에 가입되는 것조차 거부당했고, 오히려 도둑으로 몰려 사형을 당하게 된다. 아Q가 결코 타인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의 행동거지로 알 수 있다. 비겁하기도 했고, 욕망에 휘둘리기도 했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대우해주면 기분이 좋아 선악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휩쓸러 가려고 했다. 그럼에도 아Q는 피해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기력한 날품팔이 아Q로만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가 석연치 않은 느낌. 그것은 저자가 아Q를 통해 중국인들의 현실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풍자에 가까운 아Q의 삶을 통해 혁명의 시기에 펜으로 변화를 꾀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자의 의도가 이미 낱낱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아Q란 인물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아Q의 모습 안에 나의 모습이 없다고도 볼 수 없고, 앞으로 우리의 모습이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기에 『아Q정전』이 가지는 의의는 실로 넓고 방대하다. 과거에 쓰인 소설이지만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아Q정전』을 통해서 우리의 현실인식은 물론이고, 우리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과오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며 나아간다면 희망찬 미래를 꿈 꿔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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