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6
마크 트웨인 지음, 강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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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따뜻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재미난 책을 읽고 싶은 생각뿐이다. 맛있는 간식거리를 갖다 놓고 현실을 잊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읽으면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다. 보통 이런 겨울에는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장편이나, 모험과 탐험에 관한 책을 주로 고르게 된다. 이때 내 손에 잡힌 책은『톰 소여의 모험』이었다. 그동안 『허클베리 핀의 모험』만 만나보았을 뿐 이 작품을 못 읽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되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책장을 쉼 없이 넘겨댔다.


톰을 보고 있노라면 ‘방학’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시골에서 자란 나도 방학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놀기 바빴는데, 그때의 나를 추억하게 된다. 톰처럼 모험을 계획하거나, 리더가 되어 이끌진 않았어도 그렇게 놀다 말썽을 부릴 때도 많았다. 혼날까봐 전전긍긍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어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특히 톰 소여도 그랬는데, 자기 또래의 아이들 앞에서 으스대거나 사람들 앞에서 명예가 높아지는 것을 좋아했다. 성경 구절을 외우면 받는 스티커로 단상에 나가기, 담장에 페인트 칠하기, 법정에서 증언하기 등등 상황은 각각 다를지라도 톰 소여의 으스대기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톰 소여는 이런 것들을 스스로 노력해서 얻지 않았다. 물물교환을 해서 스티커를 교환하거나, 친구들을 꼬드겨 담장 칠하는 일을 시키고, 영웅이 되고 싶어 변호사에게 고백을 하는 등(양심의 문제도 있었지만) 꾀도 많고 리더십도 있는 아이였다. 전형적인 개구쟁이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막상 우리가 해보지 못한 말썽을 부려주어 약간의 대리만족도 있었다. 이모의 속을 많이 썩이고 동네에서는 평판이 안 좋을지라도 톰 소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오늘은 이 녀석이 무슨 일을 벌려 줄까, 어떤 꿍꿍이가 있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 톰은 언제나 기대 이상을 보여줬고, 거기다 연애며 모험이며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을 만큼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냈다.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가 있으면 으스대기로 관심을 일으켰고, 밀고 당기기까지 할 정도로 새침하면서도 능글맞았다. 그런 톰에게는 항상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인디언 조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 허크와 함께 묘지에 갔다가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했는데, 인디언 조는 그 사건을 동네의 부랑아 머프 포터에게 뒤집어 씌웠다. 아무도 인디언 조의 발언을 의심하지 않던 차에 포터씨가 불쌍하기도 하고, 양심에 걸리기도 해서 톰 소여는 재판 전날 변호사를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그 사건으로 톰은 마을에서 영웅이 되었지만 인디언 조가 재판장에서 도망치는 바람에 밤마다 복수를 당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허크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다 다시 인디언 조와 만나게 되고 그가 가지고 있는 보물을 꿈꾸게 된다. 늘 도망만 치던 인디언 조는 톰 소여와 베키의 실종으로 의외의 곳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의 보물은 톰 소여와 허크의 차지가 된다. 그들에게 큰 돈이 생겼을 때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한 가운데 저자는 재치있게 적절한 선에서 소설을 끝낸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도 그들이 성장한 모습으로가 아니라 현재의 그런 말썽쟁이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


저자는 어릴 적 자신의 경험과 친구의 모습을 모델 삼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톰과 저자의 모습이 교차되어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상상이 가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서도 당시의 배경을 알려주는 내용들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당시의 노예제도와 인종 차별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검둥이’란 표현, 노예와 함께 밥을 먹고, 검둥이 피와 백인 피가 반반 섞인 인디언 조를 표현한 것 등이 소설의 표면에 깔려 있었다. 그냥 스치고 지나가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들에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면이 드러나 저자의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너무 얽매이다 보면 재미를 놓칠 수 있으므로 저자가 이끄는 대로 당시의 톰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시시피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책인 이 작품을 통해 저자의 명성을 느끼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를 찾아보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따뜻한 방안에서 톰과의 만남을 자처한다면 이 겨울이 조금은 훈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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