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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야, 어디 가니? - 보행편 ㅣ 6.7.8 안전그림책 1
오시은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머리 모양을 보고 있으면 밤톨이 떠오를 정도로 똘망똘망한 꼬마가 보인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어디 즐거운 일이라도 있나보다. 알고 보니 동수는 아빠 생일을 맞아 시장에 선물을 사러 가려고 한다. 혼자 가기엔 좀 이르다 싶지만 엄마와 함께 간 길이라 문제없다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비행기처럼 내리막길을 쌩하니 달린다. 그러다 오토바이와 부딪칠 뻔 하고 걸음을 멈춘다. 혼자 가기엔 조금은 벅찰 것 같다는 걱정이 조심스레 밀려오는 장면이다. 큰 길로 들어서자 더 큰 위험들이 동수 앞에 놓여 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골목도 많아 한시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다. 그럼에도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횡단보도를 차분히 건너는 모습이 당차 보인다.
동수는 아빠 선물을 사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인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임에도 마냥 즐겁다. 한참 호기심이 많을 나이를 증명하듯 동수가 지나는 거리는 유혹하는 것들과 주변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맨홀 구멍과 공사장이 동수를 위험하게 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자동차, 평소에 갖고 싶던 로봇, 아이들이 잔뜩 모여서 즐기는 게임기 앞에서 기웃거리며 잠시 목적을 잊은 듯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장으로 가려는 찰나, 동수는 길을 잃어 버렸다. 여기저기 눈에 익은 곳을 살피며 길을 찾으려 하지만 봐도 봐도 낯설다. 그러다 엄마와 함께 지나던 길에서 본 교회를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가보지만 역시 낯선 곳이었다. 동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만다.
길을 잃은 것을 알게 된 동수는 엄마, 아빠를 다시 못 만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과 두려움에 빠진다. 어렸을 때 누구나 저런 경험이 한 번쯤 있어서인지 동수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면서도 동수가 어떻게 이 위기를 빠져 나올지 궁금해진다. 똘망똘망한 모습처럼 잘 헤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시장만 찾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길을 묻기로 한다. 엄마가 가르쳐 준대로 길을 물으려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난감하다. 경찰서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며 두리번거리다 우체국을 찾는다. 그리곤 우체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한테 시장가는 길을 물어본다. 친절한 아주머니는 동수에게 길을 알려 주고, 낯익은 간판이 보이자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자신 있게 시장으로 달려간다.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부지런히 앞만 보며 걷자 익숙한 시장이 보인다. 과일집 아저씨와 인사를 하고 선물 가게에 들어서다 엄마를 발견하고 와락 매달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길을 잃어 버려 마음 졸였을 동수에게 엄마는 이 세상 누구보다 반갑고 든든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엄마와 함께 선물을 들고 앞장서서 걷는 동수는 언제 길을 잃어 버렸냐는 듯 당당하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동수가 시장가는 과정만 드러낸 것이 아니라 '안전을 이야기하되 아이들의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상을 잃지 않도록 건강한 안전 교육의 상을 제시'하고 있었다. 동수가 지나왔던 골목길, 공사장 현장, 횡단보도, 길을 잃어 버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안전하게 보행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긍정적인 상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똘망똘망한 동수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너무 귀여운 그림 앞에 저자의 의도를 잃어버릴 뻔 했다. 친절한 부가 설명이 있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저자의 의도를 확실하게 심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 책의 뒷면에는 생일 파티를 하는 가족의 모습이 드러나 있어 흐뭇한 마음으로 동수의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어 기뻤다. 너무 귀여운 동수가 무사히 시장에 다녀온 것, 길을 물어 잘 대처한 것이나, 엄마를 만나 즐겁게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다행이다 싶었다. 한참 막내 조카를 돌볼 무렵 어린이집 차 시간에 못 맞춰 몇 번 길이 엇갈린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는데, 조카에게 이 책을 읽혀 조금씩 스스로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면 좋을 것 같다.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동수를 통해 배워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간접 교육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