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문자가 와도 스팸이 대부분인 핸드폰으로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타샤 할머니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바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책을 주문하고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초조한 마음으로 배송을 기다리게 되었다. 책이 도착하자 타샤 할머니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겉표지를 보면서 무척 설렜다. 오랜만에 만난 책이라서 그런지 책을 펼쳐들고 조금 읽다, 너무 아까워서 다시 덮었다. 이 책은 타샤 할머니의 그림과 함께 짧은 경구가 실려 있는 책이었다. 타샤 할머니는 '이 책은 이야기 책이 아니다. 특별한 시작이나 끝도 없고 달리 전하고픈 메시지도 없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추억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만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그림과 잘 어우러진 경구가 마음에 와 닿을 때가 많았다.

 

  타샤 할머니는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해 간 듯해도 많은 인물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셨던 타샤 할머니는 종종 그런 작가들을 언급하셨는데, 이 책에 실린 경구들이 그런 흔적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 그냥 좋아서 무작위로 뽑아낸 글귀가 아닌 타샤 할머니의 삶을 녹여낸 듯 한 글귀들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된다."

헨리 데이빗 소로, <월든>

 

  이 글귀만 보더라도 타샤 할머니의 삶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타샤 할머니는 홀로 네 아이를 키우면서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하면서 동화 작가로,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로, 주부로, 고전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타샤 할머니는 그런 조건에서 꿈을 향해 나아갔고, 그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그런 할머니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교감이 되었다. 그런 만큼 <타샤의 그림 정원>이란 작은 책을 통해 타샤 할머니의 응축된 삶과 타인의 지혜 속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문구도 문구지만, 타샤 할머니의 책에서는 그림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이제 그림을 보면 단박에 타샤 할머니의 그림이란 걸 알아차릴 수 있는데, 아기자기한 그림과 잘 어우러진 글귀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다소곳한 소녀가 들판에 앉아 있는 그림 옆에는 "나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외따로 떨어진 섬처럼 끝없는 후회와 은밀한 행복을 주는 곳이 있다고."란 글귀가 있는데 그림과 무척 잘 어우러진다. 그 소녀가 은밀한 행복을 느끼며 앉아있는 느낌이 들어, 보고 있는 사람마저 그 행복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의 그림들은 배경은 다르지만 자연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겪을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타샤 할머니의 손을 거쳐 펼쳐지는 그림은 몽환적이고 꿈꾸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곤 했다. 현재의 나를 잊고 한 없이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기분. 또한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찾아낸 귀한 보배 같은 글들을 볼 때면 좀 더 먼 나의 미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된다. 조금은 두렵고 겁이 나는 미래일지라도,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충고와 깨달음을 통해 조심스레 한 발짝씩 내디딜 수 있다고나 할까. 타샤 할머니의 삶과 그림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독자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어서인지, 아직도 타샤 할머니가 버몬트 주의 코기빌에서 분주하게 몸을 놀리며 정원을 가꾸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일곤 한다. 비록 우리 곁에 없을지라도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타샤 할머니의 모든 흔적을 섭렵해도 채워지지 않을 만족감일지라도 꾸준히 동행하며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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