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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다 성경 : 동물 이야기 - 성경의 비밀을 푸는 동물 이야기 ㅣ 열린다 성경
류모세 지음 / 두란노 / 2010년 4월
평점 :
<동물 이야기>를 끝으로 열린다 성경 시리즈 1탄이 마무리 되었다. 7권의 책 중에서 세 권밖에 못 읽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과 이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2탄이 언젠가 출간된다는 것에 관심이 간다. 그만큼 성경을 이해하고 숨은 뜻을 발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배경지식을 조금이나마 알고 읽을 때 책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열린다 성경 시리즈가 주는 개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역사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지식이라도 습득하고 성경을 대하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열린다 성경 시리즈를 대할 때마다 한가지의 주제로 책 한권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하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이 시리즈 중 처음 만났을 때도 놀라웠는데, 새로운 시리즈를 만날 때마다 성경의 다양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을 한 마디도 땅에 떨어뜨릴 수 없이 귀하듯, 열린다 성경 시리즈로 그 말씀이 더 귀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자칫 의미를 몰라 지나치기 쉬운 구절들을 의미상 해석을 해 주는 것은 물론 그 이면의 숨은 뜻까지 알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약 2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은 현대인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지만, 시대적 배경이 너무 달라 이해할 수 없거나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을 그런 오류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성경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하며 만나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에서 나오는 동물들이 이렇게 많고,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몰랐었다. 기껏해야 양이나 나귀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했는데 개, 소, 돼지, 여우, 올빼미를 지나 벌과 메뚜기, 나방, 이까지 포함하고 있어 다양함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말(馬)만 하더라도 단순히 타고 이동하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말을 많이 두지 말라'고 하시며 전쟁과 교만의 상징이 되지 않게끔 하셨는데, 우리가 잘 아는 솔로몬 왕은 하나님이 금하신 것을 행한 불명예스런 왕이었다. 말을 많이 두지 말라는 것 이외에도 아내와 금은을 많이 축적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모든 것을 어겨 '지혜의 왕' 이면에는 불순종의 왕이라는 명칭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귀와 구유에도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나귀라고 하면 당시의 이스라엘에서는 짐을 나르는데 쓸모 있는 짐승이었지만,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것이나 구유에 누인 예수님의 모습은 스스로 낮아지시고 순종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구유라고 하면 말구유를 떠올려 지저분하다고 생각하기 일쑤인데, 당시의 구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뿐더러 예수님이 뉘이신 곳은 말구유가 아닌 나귀 구유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수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혼자만의 오해 속에 그냥 넘겨버린 사실들이 바로잡힘으로써 하나님이 어떠한 존재인지, 하잘것없는 나를 위해 어떠한 모습으로 오셨는지를 더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른 책에서도 그랬듯이 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성경의 참된 의미를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바로잡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지 꼭 짚고 넘어갔다. 만약 그런 오류를 단지 수정만 하고 넘어간다면 방대한 지식으로 머리가 비대해지는 현대의 그리스도인의 편협한 모습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지식도 중요하나 그 안에서 어떻게 믿음을 바로 잡아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참뜻을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경지식을 좀 더 안다고 젠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데 섞여 있는 양과 염소를 보면서 '믿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믿음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을 충고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바로 보아야 할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동물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내가 잘못 알았던 것들을 짚어 나간다는 것은 무리다. 또한 이 책에 실린 동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성경에 한 발짝 다가간 느낌이 들었고, 책 속에 실린 색다른 의미나 성경 구절 하나로 마음이 들뜨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다. 하찮은 참새마저 보호하시는 하나님이 '심지어 머리털까지도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 라고 말씀해 주실 때면 나의 존재감이 불쑥 솟아오르곤 했다. 성경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나의 믿음을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 안에서 나의 존재감을 세워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뜻이 와 닿았다. 하나님께서 주신 내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으며 하나님이 누리게 해준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기꺼워할 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열린다 성경 시리즈로 인해 성경과 한층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재미나게 책을 읽은 이상 모든 것이 내 안에 축적되지 않더라도 성경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준 것만도 감사했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며, 하나님을 증거하며, 이 기쁨을 타인에게 나눌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깊은 뜻도 헤아리게 되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믿는다고 시인하고, 주일 성수를 잘하고, 십일조를 잘 내고, 건축헌금을 분에 넘치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핵심은 바로 '손접대(구제)'에 있다.' 고 말한다. 이 말씀이 오로지 성경지식으로 채우려는 나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들었고, 사실을 알아가는 데만 그치지 않고 영안을 트이게 하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게 해주었다. 모든 것을 예수님과 같이 행동할 수 없지만, 다양한 노력(성경 배경을 알아가는 것도 포함해서)을 통해 그분을 닮아가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