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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7
양태석 지음, 원혜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월
평점 :
출근해 보니 온라인 서점에서 박스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책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 웬 박스지?'하고 열어보니,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책이 도착한 것이었다. 막상 도착한 살펴보니 내가 볼 책은 한 권도 없고, 아이들 책만 가득했다. 조카들에게 인심 쓰기 좋겠며 훑어보다 <책으로 집을 지은 악어>에 관심이 갔다. 아무래도 '책'이라는 단어와 책으로 집을 지었다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나 보다. 짧은 동화책이라서 순식간에 읽고는 조카에게 꼭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장해도 좋을 책이지만 아이들이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어 아저씨는 어떤 사연으로 책으로 집을 짓게 되었을까?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고 있던 악어 아저씨는 친구가 없었다. 말도 더듬고, 사교성도 없어 늘 혼자였다. 그러나 악어 아저씨는 외롭지 않았다. 바로 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과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아저씨의 집에는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책이 쌓여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욕을 해도 아저씨는 책이 있어 행복했고, 책이 너무 좋아 책을 모으기 바빴다. 쓰레기통에서 줍기도 하고, 사람들이 두고 간 책을 가져오고 심지어는 전화부 책까지 모았다. 그렇게 책을 모으니 집은 점점 책으로 넘쳐났고,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인 줄 알고 악어 아저씨네 집에 책을 맘껏 버렸다.
사람들이 책을 버려주니 악어 아저씨는 신이 났다. 책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책이 자연적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악어 아저씨를 돋보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원혜진님의 그림이었는데, 사람들이 던지는 책 제목들이 센스 그 자체였다. '던지는 기술', '다 가져' 등 사람들이 버리는 책 제목만 보아도 쓸데없는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버리는 책으로 더 지저분해진 악어 아저씨네 집을 사람들은 참다못해 시청에 신고를 하게 된다. 철거해 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조사를 나온 시청 직원은 그곳이 무허가인 것을 알고 판잣집을 무너뜨리고 악어 아저씨를 쫓아낸 것도 모자라 높은 울타리를 치고 가버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울타리 너머로 계속해서 책을 던지기 시작했고, 쌓여 가는 책들을 본 악어 아저씨는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책들로 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열심히 책을 쌓아 2층 집을 만들고, 각각의 방을 만들어 기분에 따라 책을 구별하고는 스스로 만족해 재미나게 책을 읽었다. 악어 아저씨가 쫓겨났다는 것을 알고 있던 몇몇 아이들은 호기심에 울타리에 구멍을 뚫고 구경하다 깜짝 놀라고 만다. 책으로 만들어진 집을 보고 감탄하고, 소문은 퍼져 어른들까지도 구경을 오게 되었다. 어른들은 멋진 집을 보고 시청에 울타리를 철거해 달라는 항의를 하게 되고, 울타리를 쳤던 직원도 집을 보고는 놀라게 된다. 책으로 지은 집은 금세 유명해져 방송도 타게 되고,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책을 빌려가게 되었다.
악어 아저씨네 집을 방문한 시장님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악어 도서관'이라 이름 짓고 악어 아저씨를 도서관장으로 임명한다. 아저씨는 도서관이 문을 열던 날 훌륭하게 연설을 했고, 더 이상 말을 더듬지도 않았으며 책을 좋아하는 수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책들로 집을 만들고,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에 유명해졌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자칫 쌓여 있는 책들이 쓰레기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에게 사랑을 쏟은 악어 아저씨는 책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악어 아저씨의 이야기가 많은 공감이 가면서도, 다른 사람과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악어 아저씨가 부러웠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던 악어 아저씨였지만, 결국은 사람들과 어울렸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런 악어 아저씨를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용기를 얻고, 꾸준한 열정을 이어 간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꼭 성공에만 결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마음을 나눠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삶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