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꼬마 니콜라 세트 - 전3권 앙코르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뻬 그림,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순서대로 만나지 못해 뒤죽박죽되고 말았지만, <앙코르 꼬마 니콜라>로 인해 대장정이 마무리 되었다. 시리즈의 첫 책인 <꼬마 니콜라>를 해적판으로 먼저 만나, 제대로 된 책으로 다시 구입했다. 그 책만 다시 읽으면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온전히 틀이 갖춰지는 것 같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서 조금 헛갈리긴 해도, 어느 책에서건 니콜라의 모습은 한결 같아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앙코르 꼬마 니콜라>에서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고, 니콜라는 변함이 없는데도 내게 닿은 마지막 시리즈라서 그런지 괜히 성숙해진 느낌이 들곤 했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앙코르 꼬마 니콜라>에서도 니콜라는 익살맞고, 철없고, 장난꾸러기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니콜라의 주변 상황에 익숙해서 인지 학교, 집,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주변인물도 이쯤 되면 이름과 특징을 외울 수 있었고, 어느 장소에 가면 무엇이 있고, 어떤 이가 등장하면 대충 이런 일이 일어나겠구나 하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니콜라를 비롯한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배경이 되는 곳이 무척 친숙하게 느껴져, 책을 덮을 때는 아쉬움이 일었다.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니콜라와 주변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음에도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나를 엄습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만나온 니콜라와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든지 내키는 대로 책장에서 꺼내 보면 되지만, 어떤 책을 꺼내 보아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흥분과 재미는 다시 살아나지 않을 것 같다. 얼른 읽어 버리고 싶으면서도 아껴 읽고 싶은 모순이 존재하는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한 권씩 정독하며 읽었는데, 니콜라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주변의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푹 빠지게 된다. 니콜라다움에 웃고, 니콜라와 친구들의 어쩔 수 없는 익살에 황당해 하고, 주변 어른들의 진부함에 괜히 통쾌해 지기도 했다. 니콜라와 친구들이 있으면 어디서나 말썽이 일어났고, 그들이 학교를 벗어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학교 밖으로 나가 현장학습이라도 할라치면 골치 아파 하는 어른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천진난만한 아이들에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지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럼에도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걸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해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웃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헛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어른 나름대로 가진 생각의 틀에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어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어른들이 이상해 보였다. 나도 그런 유년시절을 지나왔고, 어른인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에 두 상황이 모두 수긍이 가면서도 어느 편에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니콜라와 친구들의 시선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유년시절에 터트리지 못한 억압을 대신 터트려 준다는 거창한 의미가 포함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이 어떠한 협박을 해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떼를 쓰는 모습이 당차보이면서도 어린애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맘껏 뛰어놀고, 자신들이 가진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와 이웃, 선생님과 또 다른 가족들과 함께 엉켜 지내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듯 독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부러움이 일기도 했다. 또래집단에서의 자존감도 내세우고, 늘 싸우고 비방하다가도 금세 친해지는 모습도 그들다웠다. 니콜라가 친구들 중에서도 먹보인 알세스트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을 빼뜨리지 않고, 잘난 척 하는 아냥이 밉다고 하면서도 그의 익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조차도 보기 좋았다.

 

  르네 고시니의 스토리 속에 인물들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그런 인물들에 독특한 매력을 집어넣어 가상의 인물로 창조해 낸 상페의 만남은 자꾸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글로만 그들을 상상하려 했다고 생각하면 무척 밋밋했을 이야기가, 상페의 데생으로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타지 않으며, 언제 어느 때 들여다보아도 그대로 간직되어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책 속의 어른들도 언제나 주어진 삶에 진부해 하면서도 아이들의 시선으로 비춰지는 모습 그대로일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되곤 한다. 그들이 변하는 것보다 현재의 자리에서 생활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것이 더 즐거워서인지도 모르겠다.

 

  니콜라 시리즈에 어떠한 이야기가 실려 있고,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줄거리를 읊어댄다고 해서 그들의 모습을 다 드러낼 수도 없거니와 니콜라 시리즈를 읽으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뒤엉켜 두루뭉술한 분위기밖에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일상생활 도중 부지불식간에 떠오르기도 했고, 이런 모습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도리어 힘이 나곤 한다. 책을 펼쳤을 때 변함없는 그들처럼, 내 마음 속에도 그들의 모습은 책 속에서 만난 모습 그대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 희로애락을 선사해준 니콜라 시리즈가 존재해 준다는 것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이 마음이 오래 간직되어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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