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책만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세상에, 입 소문을 타고 전해져 오는 책들을 마주하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 책을 읽고 싶기는 하고, 또 책을 구입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울 때 스스로 그 책이 찾아와주면 너무 고맙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내게 올 때 다시 한 번 그 고마움을 경험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았나 싶어 뒷면을 열어 인쇄 부수를 보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초판이 2008년 10월인데 내게 온 책은 2009년 12월에 발행 된 33쇄 본이었다. 이렇게 많이 찍어낼 정도로 사랑받고 있던 책을 이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우면서도 입 소문에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경험한 셈이다.

 

  손에 책이 쥐어지는 느낌이 너무 산뜻해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고, 책 제목처럼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개를 훔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읽어 나갔다. 갑자기 아빠가 사라져 버리고, 차 안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생활해야 하는 조지나의 관심은 온통 집세를 구하는 것에 맞춰졌다. 집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난 조지나의 가족은 아빠를 원망할 틈도 없이 비좁은 차 안에서 생활해야 했고, 엄마는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에 절어 있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라 제대로 된 생활을 해 나가지 못하자 조지나와 동생 토비의 몰골은 점점 흉해져갔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시선과 친한 친구의 따돌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지나는 어떻게 하면 개를 훔칠 수 있을 것인지에 골몰한다.

 

  그러다 차창으로 날아든 한 장의 전단지를 보게 된다. 오래 된 전단지였는데, 강아지를 찾아주면 500달러의 사례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 전단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조지나는 강아지를 찾아주는 조건으로 충분한 돈을 낼 수 있는 주인을 물색하게 된다. 강아지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했고 부자여야 했다. 그때부터 조지나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개시되었고, 하루하루 계획을 세우며 행동에 임한다. 그렇게 동생 토비와 함께 강아지를 물색하다 번듯한 집에 살며, 주인에게 무척 사랑받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한다. 나름대로의 계획을 통해 그 강아지를 훔치는 데 성공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강아지를 숨겨둘 곳부터 먹이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따라왔다. 그럼에도 조지나는 포기하지 않고, 소신껏 뒤처리를 해 나간다.

 

  조지나는 꿈꾸고 또 꿈꾸었다. 강아지를 훔치면 전단지가 붙을 것이고, 강아지를 찾아주는 척 해서 500달러의 사례금을 받아 집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강아지를 훔친 지 이틀이 지나도록 전단지는 보이지도 않았고, 급기야 개 주인하고 맞닥뜨려 강아지를 찾아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약속을 하고 만다. 열한 살 소녀인 조지아가 강아지를 훔쳐서 집을 구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허술할 뿐만 아니라 황당하기까지 했다. 차에서의 생활이 지긋지긋하고, 조지나의 가족에게 처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기에 조지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꼬여가는 현실 앞에서 조지나의 심경은 더 복잡해져만 갔다.

 

  자신이 훔친 강아지 윌리의 주인은 강아지를 끔찍이 아꼈지만 돈이 없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조지나는 초조해지면서도 점점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된다. 나쁜 짓을 했고 강아지 주인인 카밀라 아줌마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사실 앞에 사례금 따위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 거기다 윌리를 숨겨 둔 숲의 허름한 집에서 만난 무키 아저씨와의 대면 때문에 더 힘들었다. 무키 아저씨는 노숙자의 행색을 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무키 아저씨에게 윌리의 존재를 얼버무리긴 했지만, 조지나의 부추김으로 카밀라 아줌마가 붙인 전단지가 붙기 전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조지나를 질책하지 않았으며, 비유적인 말로 충고를 했을 뿐만 아니라 몰래 차동차를 고쳐주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조지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집을 구하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지나는 윌리를 카밀라 아줌마네 집으로 데려다 준다. 너무나 사랑스런 강아지였기에 정이 잔뜩 들어 버린 터라 윌리의 귀향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밀라 아줌마에게 가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백한다. 아줌마는 잘못을 되짚어 주긴 했지만 그런 조지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준다. 그 부분에서 나는 헛된 망상을 꿈꾸었다. 모든 사정을 다 들은 카밀라 아줌마가 조지나네와 함께 살 거라는 희망. 그러나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었고, 현실은 냉정하지만 희망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지나의 엄마는 살 집을 구했고, 고생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조지나는 지금껏 자신과 함께 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적은 노트에 개를 훔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글을 적음으로 행복감에 젖은 채 황당한 계획은 마무리 된다.

 

  조지나에게 처해진 현실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학교생활과 내면을 보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엄마와 동생, 친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강아지를 훔칠 생각을 한 조지아가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내면의 벽을 친 채 모든 것을 단념하고 현실에서 도피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조지나는 도망가지 않았고, 현실을 철저히 받아들였고 잘못 된 방법일지언정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잘못을 뉘우쳤으며,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온 현실에 만족했다. 조지나는 강한 아이었다. 허점투성인 그 아이의 노트를 볼 때부터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지만 더 값진 것이 돌아올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경험이 그 아이의 내면에 단단히 뿌리박고 자리해, 건강하고 올 곧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쨌든 팍팍한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한 조지나가 무척 기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