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문학만 줄기차게 읽다 보면 현실감각이 떨어질 때가 있다. 내가 속한 세계가 현실인지 허구인지, 내 머릿속을 왔다가는 생각의 시초가 소설 속의 이야기인지, 내가 경험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현실감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책들을 찾아서 읽곤 한다. 평전이나 인문서적, 미술에 관한 책들을 뒤척이며 현실감을 일깨우고 다시 문학 속으로 빠져든다. 문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독서패턴을 이런 식으로라도 꿰어 맞춰 골고루 분포 시키고 싶은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다. <정성>이란 책을 꺼낼 때도 그랬다. 문학 속에서만 헤매다 보니 인간미를 느끼고 싶었고, 묘하게 나의 마음을 끄는 책 제목에 감질 맛을 느껴 책장에 손을 뻗게 되었다.

 

  죽 전문점 본죽 대표가 쓴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간미를 느끼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성공담을 듣는 것은 말 그대로 삶의 체험을 간접 경험하는 것이기에, 문학의 허구의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문학을 통해서도 충분히 현재의 삶의 실재성을 끌어 낼 수 있지만,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생생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굳이 <정성>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성공담을 듣고, 그 순간에는 내 자신을 반성하며 내 안에 끓는 열정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 느낌을 얼마나 간직할 수 있으며, 행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나의 대답은 늘 궁해진다. 현실감을 일깨우고 싶어 책을 꺼냈다고 말하면서도,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간직할 수 있을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현실감을 일깨우기 위해'란 목적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워갔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한 호흡에 책을 읽어버리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온 저자를 보자 나의 현실감은 더 떨어지고 말았다. 분명 가능한 일을 한 저자임에도, 내게는 불가능으로 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목적의식과 도전의식, 무엇보다 열정이 내게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처럼 절망의 순간의 끝에서 붙잡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자기 합리화를 덧입혀 보아도, 도전보다는 포기가 더 쉽다는 유혹이 나를 따라왔다. 수많은 실패를 하고,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을 추구하면서 현재의 본죽을 이끌어 온 저자가 어느새 나에게서 더 멀어져 버린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타인의 성공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보다, 하고 싶을 일을 끄집어냈다는 사실에 대한 동기 그 자체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각각의 인간에게 각각의 달란트를 주셨다고 하셨는데, 그것을 갈고 닦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이 나를 괴롭혔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의 달란트가 무엇인지 찾기를 거부했고, 노력보다는 포기가 빠르다는 이유로 무언가에 모든 것을 던져보는 것을 거부해왔다. 저자처럼 절망의 끝에 내몰리더라도 열정적으로 나를 던질 용기가 내게도 있는지 의심만 갔다. 저자의 성공담을 소개하고, 대단하다는 사람이라고 칭송하며, 나를 전혀 대입시키지 않은 채 책을 덮어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저자의 삶 속에 나의 모습이 어지럽게 대입되는 것을 도무지 피할 수 없었다.

 

  <본죽>이라면, 우리 동네에도 자리하고 있기에 심심찮게 방문하는 음식점이다. 아플 때만 먹는 음식이라는 틀을 깬 저자처럼, 나 또한 한 번 맛보고는 그런 생각을 깨트리고 종종 이용하고 있다. 입맛이 없거나, 속이 안 좋거나, 병문안을 갈 때 더 자주 이용하긴 해도, 그냥 죽이 먹고 싶어서 들를 때도 허다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죽에 대한 생각(저자가 본죽을 열기 전에 여러 죽집을 통해서 얻은 생각)을 깨준 것처럼, 저자는 한 끼 식사로, 푸짐하게 내 줄 수 있는 죽집, 깔끔하고 푸근한 죽집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리고 현재의 본죽이 있기까지의 과정과 비빔밥과 국수에까지 도전하고, 해외까지 진출하는 과정을 보면서 저자의 첫 생각에서 무궁히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에만 중점을 두고 지점 늘이기,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 눈감아 준다는 원칙의 벗어남, 안정 궤도에 오르면 그대로 안주하고 싶은 심리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을 어느 정도 이루어지자 그 꿈이 커져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기에 타인의 질책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저자가 지금까지 이룩하고 앞으로 이룩할 것들에 대한 기본 바탕에는 '선한 영향력'이 깔려 있었다. 그랬기에 저자 또한 지금까지 본죽을 이룩한 것에 대한 수많은 어려움과 환희에 대해서 담담히 말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마음껏 말할 수 있었다. 그 결실이 한 권의 책으로까지 이어졌으니, 저자의 성공 레시피는 앞으로도 꾸준히 쌓여 갈 것이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의 키워드는 '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서비스에 정성이 들어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특히나 음식과 관련 된 일을 한다면 정성이 좀 더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음식을 팔기 위해서 쏟는 정성을 뛰어 넘어, 죽 한 그릇으로 타인의 마음까지 움직이고, 행복을 발하는 정성. 마음 하나로 세상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정성을 보여 준 것이 저자의 성공담에 들어 있었다. 중심 주제가 번복된 감이 없지 않고 일관된 구성을 보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자신을 낮추며 담담하게 희망을 전하는 저자에게서 많은 것을 본 느낌이다. 자기에게 숨겨진 면을 끈기 있기 찾은 것,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끝까지 노력해 보는 것, 그 결실을 혼자 갖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나눠주려는 마음들이 나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 마음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내게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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