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주는 그림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함정임.박형섭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늘 실감하게 된다. 전시회를 가도 그렇고, 미술에 관련된 책을 구입해서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내가 아는 그림일수록 알은체를 하며, 더 이상 알기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이다. 똑같은 그림이라도 해석에 따라,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리 보임에도 불구하고 틀 안에 그림을 가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떨 때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에 더 초점을 맞춰 진정성을 부인해 버릴 때도 있다. 화가의 생애가 그림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더라도,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좀 더 소중히 다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인지 내게 익숙한 그림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게 되는 책들을 만나면 반갑다. 내가 갖지 못한 넓은 시각을 보길 원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움을 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행복을 주는 그림>은 프랑스에서 유명한 심리학 관련 저자 중 한명이 쓴 책이라고 했다. 심리학에 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처음 듣는 저자임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은 '그림'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함께라면 낯선 저자의 글이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편한 마음이 섣불렀는지, 책을 끝까지 읽는 동안 마음이 열리지 않았음을 실감했고 아쉬움으로 책장을 덮어 버렸다. 무엇이 나의 마음을 열어 주지 못하고,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글을 감상하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뚜렷한 해답은 떠오르지 않고, 다만 내가 저자의 글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는 노력과 그림에서 심리학을 끌어내려는 진부하면서도 익숙한 소재의 시도가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사실만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책에 실린 스물다섯 편의 그림은 화가와 그림이 낯설더라도, 전혀 어색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평온함과 일상의 눈부심을 만끽할 수 있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일상의 눈부심이 조금 이질적인 해도 그림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친숙한 화가와 반가운 그림이 많음에 금세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독자에게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독자도 그림을 쓱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 이 책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림을 통해 내면을 꿰뚫어 보고, 표면에 드러난 상처나 자신이 알지 못한 어두운 부분이 그림과 글을 통해서 위로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나 또한 은연중에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끝내 내 마음 속으로 어느 것도 파고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면, 6개의 주제로 그림을 묶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전달하고자 했다. 화가의 그림을 특정 부분을 확대시킨 첫 페이지와 그림과 어우러지는 저자의 간략한 느낌이 실려 있다. 그 다음에는 한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체적인 그림이 실려 있고, 명언과 화가 소개, 저자 나름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내면의 감정을 아우르는 글이 실려 있다. 이런 구성으로 25편의 그림을 보게 되는데, 여러 단락씩 나뉘는 구성 때문에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거기다 첫 페이지에 실린 그림에 대한 저자의 간략한 느낌 이외에 여러 가지 해석을 덧붙이려는 저자의 노력을 알 수 있었으나, 하나 되지 못하고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묵상하듯 글을 읽고, 그림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책을 읽지 않고 너무나 순식간에 독파하려 했던 나의 시도가 무모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통해서 내면을 보고, 인간이 느끼는 또 다른 감정을 살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못 미쳐서 무엇을 읽고 느낀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수밖에 없으나, '행복'이라는 것을 타인의 눈으로만 보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읽는 이에 따라서, 보는 이의 심리 변화에 따라서 책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그림을 통해서, 아니면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이미지를 변화시켜 현존하는 세계에서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실마리라도 찾게 된다면, 그것이 이 책의 숨은 뜻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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