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마음 - 장 자끄 상뻬의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이야기 11
장 자크 상뻬 지음, 이원희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초부터 내게 친숙한 작가가 있다면 단연 장 자끄 상뻬다.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지만, 유독 <꼬마 니콜라>시리즈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야 만나서인지도 모르겠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 권수가 좀 되다보니 삽화로 참여한 상뻬이인데도 오랜 시간 만난 것 같다. 그렇게 그의 작품을 섭렵해 가는 가운데, 오랜만에 그의 신간을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무조건 구입했음에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제야 책을 펼쳤다. 상뻬의 삽화집을 아끼다가 늦어졌다는 핑계가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책을 보고 혼자서 키득댔다.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 상뻬의 삽화집으로 인해 숨겨졌던 밝은 감정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최근에 상뻬의 삽화집이 대형 판으로 재출간 되면서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그 소식을 일찍 알았더라면, 최근에 구입한 작은 판형 대신 대형 판을 구입했을 거라는 데 오는 아쉬움이었다. 대형 판이 비싸긴 하지만 오랫동안 절판되었던 작품까지 재출간 되어서, 그 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데생집은 대형 판으로 볼 때와 작은 판형으로 볼 때의 느낌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발간된 상뻬의 신간이 대형 판으로만 출간되어서 상뻬의 작품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겠지만, 상뻬를 알고자 하는 일부 독자들에게는 부담스럽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상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대형 판으로 만나게 된 신간은 무척 즐거웠다. <각별한 마음>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겉표지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책을 받았을 때, 마치 마당에 고추를 널어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상뻬의 데생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지 겉표지부터 궁금하게 만들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각별한 마음>이라는 다소 추측하기 힘든 제목 아래, 상뻬식으로 다양하게 그려진 <각별한 마음>이 들어 있었다. 일탈과 익살, 독자가 보는 데생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이면의 독특함까지 모두 들춰내고 있었다. 대부분 데생 속 인물들의 대화 내용이 실려 있었지만, 대화가 실려 있지 않아도 나름대로 상상해 볼 수 있고, 그림과 대화가 엇나가는 엉뚱함도 맛볼 수 있었다.

 

  상뻬가 그려놓은 데생에서 그런 대화를 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엇나감이 독자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고,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전화응답기의 황당함과 복잡한 미술관에서의 로맨틱, TV속의 자신을 비평하는 일,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일 등, 상뻬의 복잡하고 세세한 데생 속에서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프랑스 사람의 일상이 모두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 없대도, 우리와 문화가 다르고 생활방식이 달라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 박자 돌아서 오는 것이 미국식 유머라면, 장황함과 엉뚱함이 숨어있는 것이 프랑스 유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뻬의 익살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런 유머가 아니더라도 큼지막한 책에 그려진 상뻬의 데생과 그 안에서 독자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무궁무진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상뻬의 데생집의 제목이 정해져 있다곤 하지만, 일관된 느낌을 남긴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너무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느낌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책을 보는 작가이기에(책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느낌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압박감을 빗대어) 정말 즐겁게 마주한 책이었다. 그렇기에 상뻬의 데생집이 '이러이러하다' 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상뻬의 데생집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동시대를 살아가며 그의 작품을 느끼고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감사하다. 그가 그려내는 데생으로 인해 굳이 말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상호간의 공감을 느끼고, 이면의 느낌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앞으로도 그의 데생집이 계속 발간되길 바라는 마음이며, 다양한 활동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이 잦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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