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꼬마 니콜라 세트 - 전5권 돌아온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페 그림,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황금 같은 주말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파 꼼짝할 수 없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것이 독서밖에 없음에도 어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읽기조차 싫었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버린 상태였는데, 머리맡을 차지하고 있는 <돌아온 꼬마 니콜라> 시리즈가 계속 눈에 밟혔다. 얼마 전에 파본이 배송되어 다시 교환한 책이었는데, 깨끗한 상태의 책을 보니 마음이 동했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읽고, 최근에 출간된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까지 읽어서 니콜라에게 푹 빠져 버렸다. 그만큼 니콜라 시리즈를 모조리 구입해서 읽고 싶을 정도로 무척 기다린 책이 아닐 수 없었기에,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책에 이끌렸던 것이다.

 

  나의 상황과는 달리 다섯 권의 책을 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리 읽어 버렸다. 몸이 아픈 것도 잠시 잊을 만큼 독특한 아이 니콜라에게 푹 빠져 버렸다. 첫 번째 시리즈를 읽은 터라 이야기가 연관되어 지는 것도 좋았고, 내가 읽은 판본보다 깔끔한 번역과 삽화도 좋았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20년 전에 발행된 책을 읽었는데, 다른 분이 내가 읽은 책은 해적판 같다는 말씀을 해주었다. 현재 <꼬마 니콜라>가 출간된 출판사의 책도 아니었고, 삽화에 색이 입혀진 것 하며, 삽화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였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우연히 구하게 된 <꼬마 니콜라>를 읽은 터라 어안이 벙벙했다. 괜히 내가 만난 니콜라가 진정한 니콜라가 아닌 것 같았고, 그 이후에 새로 출판된 책을 읽고 싶었다. 이미 <꼬마 니콜라>를 읽었기에, 다른 시리즈를 다 읽고 보자는 생각에 <돌아온 꼬마 니콜라>를 먼저 만나게 된 것이다. 해적판을 읽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깔끔한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꼬마 니콜라>를 통해 니콜라와 친구들,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에피소드의 연속이라 반복되는 느낌이 없진 않았다. 니콜라에 대한 기본 배경에 주제와 상황을 달리해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사건이 나타날 때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고, 어느 정도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결코 독자가 상상한대로 이끌어내지 않는 독특한 위트가 남겨질 것이 뻔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마지막 한 방을 남겨 놓아 재미나게 읽어 나갔다. 상식을 깨는 장난꾸러기 같은 결말, 상상을 뛰어넘는 변수로 사건의 원인보다 끝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섯 권의 책에 녹아든 많은 에피소드를 달게 읽었고, 마치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니콜라는 여전했다. 엉뚱하고, 장난꾸러기에, 고집을 피우며,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니콜라와 떨어질 수 없는 부모님과 그의 친구들이 있어 반가움이 일었다. 에피소드가 일어난 생활반경이 집, 학교, 놀이터, 시즌에 관련된 경험담이 대부분이어서 익숙한 것들이 더 많았다. 니콜라와 마찬가지로 말썽꾸러기 친구인 알세스트, 조프르와, 뤼피스, 외드, 클로테르 등 그들이 가장 반가웠다. 니콜라 혼자만 악동 같은 행동을 했다면, 못 말리는 말썽쟁이라고 혀를 찼을 텐데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동화될 수 있었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기특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늘 엉뚱한 생각으로 어른들을 기겁시키며, 또래수준의 놀이문화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었다. 늘 우르르 몰려다니며 사고를 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들의 행동이 밉지 않은 것은 아이다운 순진함과 어른의 뒤통수를 치지 않는 딱 고만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내아이지.' 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거친 면이 많아도,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들뜸의 근본정신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기보다 어이없는 실소를 뱉어낼 때가 더 많았다. 꼭 사고를 칠 행동들만 하고, 각자 고유의 특징을 지닌 채 개성을 발휘하는 모습 때문이다. 학교에서나 놀이터에서나, 아니면 각자의 가정에서나 비슷한 생활패턴을 지닌 채 커가는 아이들이기에 어느 정도의 동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반대로 어른들은 늘 대립되는 대상으로 나오기 일쑤인데, 그런 어린 시절을 거쳐 왔다고 해도 여전히 말썽꾸러기들을 보고 있으면 나조차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늘 똑같은 잔소리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 사이에서 그런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성장해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다. 하지만 니콜라만 보더라도 평범해 보이는 엄마 아빠를 잘 관찰해 보면, 니콜라의 본성이 모두 부모에게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종종 주변에서 아이들이 말썽을 부려 속상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들은 부모의 숨겨진 본성이다.'라고 충고해 주는데(나의 숨겨진 본성을 닮고 나온 아이가 아직 없다는 이유만으로), 니콜라는 엄마 아빠를 아주 쏙 빼닮은 것 같았다.

 

  니콜라는 떼를 쓸 때나, 억울하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처지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엄마 아빠가 다툴 때 니콜라의 엄마의 말투가 그랬고, 니콜라의 엉뚱함은 아빠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니콜라의 아빠도 니콜라처럼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일삼았으며, 현재도 그런 성품이 어느 정도 깔려 있다고 부정하지 못했다. 니콜라의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얽힌 이야기도 참 많았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의 눈에 비추는 어른들, 아이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다섯 권의 에피소드는 니콜라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또래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거기다 당시의 프랑스 문화나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엿볼 수 있어서 또 다른 묘미를 느끼기도 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어린이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상뻬의 삽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해적판이어도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먼저 읽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만난 니콜라 시리즈도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르네 고시니와 상뻬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 시리즈는 탄생했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서문에서 르네 고시니의 자녀가 밝힌 것처럼, 상뻬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고, 출간되었다 하더라도 상뻬의 삽화가 없이는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함께 즐겁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 아니라, 고인이 된 저자의 글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삽화를 그리는 상뻬의 모습이 떠올랐다. 같은 시간에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책 속에 녹아든 니콜라의 이야기와 삽화는 하나가 되기 되어 주었다. 그만큼 필수 불가결한 관계가 될 때에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아 괜히 내가 더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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