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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ㅣ 푸르메 책꽂이 1
이승복.김세진.이상묵 외 지음 / 부키 / 2010년 1월
평점 :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보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식상해하고 있었다. 이들의 사연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지 책을 읽기도 전에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선입견에 불과했고, 한명씩 사연을 읽어나갈 때마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고 자만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단박에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들보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을지언정, 그들이 나보다 건강한 정신과 의지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4명의 사연을 읽는 동안, 극한 상황에서 자신을 이기고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그들의 삶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24명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내게 익숙한 사람도 있었고, 몇 줄의 기사로 스쳐간 사람도 있었다. 낯선 사람들의 사연으로 채워졌다면, 나와의 동떨어짐에 더 무관심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익히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그들에게 괜히 더 관심이 갔다. 슈퍼맨 의사, 한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 말아톤 소년,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등 미디어를 통해서 이미 만난 스타급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이미 식상한 사람들의 사연이라고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을 이기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들보다 건강해서가 아니라,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의지를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나온 과거의 일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한 줄의 글 밖에는 그들의 고통과 눈물이 더 많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삶의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은 가장 먼저 포기를 할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책하고 포기해버리는 것이 훨씬 쉽다. 포기했을 때 자신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앎에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롭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 또한 알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장애와 마주했을 때 포기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껴온 사람들이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도 많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일을 나라고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겁을 먹었으나, 역경을 이김으로써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더 뜻 깊게 다가왔다.
장애를 이겨낸 사람들 가운데서는 오히려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성치 않은 몸을 보면서 비관만 하기에도 바쁠 터인데, 오히려 장애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이 더 풍요로워 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이 장애를 갖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지 않았다면 결코 지금의 모습을 갖지 못했을 거라 말하고 있었다. 건강했을 때 지나쳐 버렸던 것들을 장애를 갖고 나서 돌아보게 되었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실험해 보고 싶고, 자신의 마음이 뿌듯해지는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지금껏 그런 일을 얼마나 해왔는지 자문해 보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 소개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갈망을 채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극한 상황에서 이뤄냈기에 더 뜻 깊었지만, 오히려 주어진 현실에 충실했기에 평범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통 이런 책을 만나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이 사람들을 평범한 내 주변 사람들같이 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이 당연했으므로, 이들을 통해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에 이끌리듯 순식간에 책을 읽어나갔고, 어려운 순간을 딛고 일어선 그들을 보면서 도리어 내 마음이 벅차올랐다. 조건으로 보자면 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가능성이 많은 나인데 왜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몸과 건강한 몸을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써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떠한 편견에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내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었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싶어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보며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의 해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바로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인간 본성의 고민을 이 사람들은 멋지게 이뤄내고 있었다.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타인과 다른 신체를 바탕으로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육체의 불편함은 꿈을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불편하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어들지라도,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충분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현실직시를 철저히 하며 꿈을 조정하거나, 바꾸면서 새로운 삶으로 뛰어 들기 바빴다.
이 책을 읽고 혹시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런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기꺼이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경험하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을 깨닫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노력을 서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에 받은 메일 한 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진정성을 알 수 없는, 몸이 불편한 제자를 위해서 책을 보내달라는 메일이었는데 이내 곧 무시하고 말았다. 온갖 생각이 들었고, 내가 책을 보낸다고 해서 제대로 전해질 리 없다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나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이 닿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이 현실이 되더라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와 닿을 것 같았다. 비록 알지 못하는 타인일지라도 나의 작은 손길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내가 이 책을 읽은 가치는 더 빛을 발하는 셈이다. 언제 나도 이런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므로 보험 같은 책을 읽게 되었다며 책장에 고이 모셔두는 것보다,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손길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