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 -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초일류기업 포스코, 성장과 혁신의 비밀
허남석과 포스코 사람들 지음 / 김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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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전남 여수이고, 학창시절을 보낸 곳은 순천이다 보니 광양제철소가 낯설지 않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지역소식을 떠 올려 보면, 광양제철소에 관한 소식도 많았다. 광양제철소 덕분에 광양시의 자립도가 높다는 둥, 백운아트홀에서는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둥, 광양제철소 자체에 대한 소식과 자질구레한 소식이 전부 들려왔다. 그 소식들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씩 꿰어 맞춰지는 흐름에 기억력을 바짝 곤두세웠던 것은 사실이다. 광양에 제철소가 있다는 사실을 자부심이나 불편사항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 했던 내게, 이렇게 가까이에 뜨거움으로 뭉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특히나 현장의 중요성이 강한 회사라면 어느 곳에서나 '혁신'의 팻말이 걸려 있을 것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뜻만 살펴보면 무언가 신선한 느낌이 들지만, 이 뜻을 회사에 적용하고 나의 일에 대입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혁신함으로써 자신을 바꾸고, 회사를 바꾸고, 자신 안에 잠재해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변화를 스스로 이끌어 낸다는 것은 여전히 힘이 들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혁신에 발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광양제철소는 거대한 그룹 안에 혁신의 불길을 던져 놓았을 뿐만 아니라, 포항제철소까지 혁신의 불길을 번지게 했다. 과연 어떻게 했기에 광양제철소는 혁신의 불길 한가운데 있었으며, 지역과 화합해 나가는 기적을 이끌어 냈던 것일까.

 

  이 책의 주요 저자이자 포스코 생산기술부문장인 허남석씨는 책머리에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열정을 쏟아도 리더 혼자서는 혁신을 이룰 수 없'고, '산업은 현장에서 시작돼 현장에서 열매를 맺는다.'며 혁신을 이룰 대상이 전체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리더와 현장, 그리고 그룹 전체가 혁신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리더가 혁신의 필요성을 느껴 변화를 이루려 해도, 진심이 통하지 않은 채 사원들에게 강요만 한다면 혁신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준양 회장은 명확한 목표와 확신을 가지고 혁신을 이룰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2002년 민영화를 통해 포항제철이 포스코로 새롭게 태어난 해에 포스코 임원을 홍콩으로 불러 모아 '홍콩선언'을 한다. '범용강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 벗어나 세계적인 자동차 강판 회사가 될 것을 천명'했다. 그것은 포스코 내부나 회사가 속해 있는 모든 곳에 청천벽력과 같은 발언이라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음은 당연했다.

 

  지금껏 혁신을 추구하지 않은 것도 아닌 회사가 전혀 새로운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정양준 회장은 그 혁신이 광양제철소에서 이뤄지길 바랐다. 당시 광양제철소 소장으로 발령받은 허남석씨는 현장의 중요성을 느끼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일일이 현장 직원들을 만나고 멘토링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중간관리자를 혁신 시키고, 그들 스스로에게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지금과는 다른 변화의 물꼬를 터 'TOP'이 시켜서 하는 혁신이 아닌, 마음속에 스스로 일어난 열정으로 이뤄내길 바랐다. 그것은 리더도, 현장에 속한 사람들, 그 이외의 사원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요구였다. 한 사람도 아닌 회사 전체를 혁신의 불길로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책 속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기존에 뿌리 박혀 있는 묵은 관습을 벗겨낸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또 그 안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 안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려움을 알기에 '혁신은 현장에서 뿌리 내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혁신의 주체는 현장 사원이어야 한다.'는 확신으로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갔기에 광양제철소의 혁신의 불길은 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값싼 노동력으로 바짝 쫓아오는 중국과 앞선 기술로 저만치 달음질치는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자동차 강판으로 살아남으려면, 속도와 기술력을 두루 갖추어야 했다. 말은 쉽고, 마음으로는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원들이 땀을 흘리고, 혁신에 동참하고, 자신과 가족, 회사, 심지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각본은 있지만 가망성이 없는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해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두근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좀 더 힘을 내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가주었으면 했고, 개개인의 열정을 끌어내어 그룹의 힘을 보여주었으면 했다.

 

  혁신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확신과 목표, 신뢰가 없다면 이루어 낼 수도 없다. 광양제철소의 혁신은 기적이 아니라 살아있는 증거였으며, 결과는 회사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많은 회사들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길 꿈 꿀 것이다. 또한 회사의 혁신을 통해 사원들 개개인도 성장하길 바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지만, 불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도 아니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사람들 간의 신뢰, 먼저 변화하는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이미 혁신은 시작된 것이다. 광양제철소는 오로지 회사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동참하게 한 것이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그곳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다른 곳을 견학해서 배울 수 있다면 세세한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서슴없이 직원들을 파견하고 적용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한 발짝 떼는 것이 처음엔 어려웠지만,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속도감이 붙어 무척 쉽게 내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곳이 광양제철소의 '혁신'의 현장이었다. 회사 혼자서 달음박질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많은 것까지 포용하고 껴안으려는 모습에,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질 정도였다. 이제 가까운 곳의 혁신의 불길을 보았으니, 내가 속한 곳과 내가 혁신을 일으키고 싶은 분야에 대입하면 된다. 읽기로만 끝나고, 느끼는 것이 있어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절대 우리의 마음에 '혁신'의 불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깨달았을 때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고, 변화를 일으키시는 시작이 될 것이다. 현재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떠올랐다면, 광양제철소 사람들이 일으켰던 혁신의 불꽃을 조금이라도 나눠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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