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테레사 평전 - 삶, 사랑, 열정 그리고 정신세계
마리안네 잠머 지음, 나혜심 옮김, 이석규 감수 / 자유로운상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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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 하면 그녀의 삶이 이러했다는 인식보다, 장례식의 한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벌써 12년 전의 일인데도, TV에서 보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관중 속에서 조심스레 마더 데레사가 누워 있는 투명 관을 옮기던 일. 특히나 인도 사람들에게 마더 데레사는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장례식을 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경건했었던 기억이 난다. 더군다나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평온함 때문에, 그녀를 잃었다는 슬픔이 지배적인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더 데레사의 평온함이 그대로 전달되었을 거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마주하게 된 이유는 마더 데레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유명한 인물일수록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아이러니를 깨뜨리고 싶었고,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정신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베풀고 간 모습을 더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책을 처음 마주한 순간 평전 치고는 좀 얇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해 조금 당황스러웠다.

 

  책의 서문에 보면 '이제까지의 관행과는 달리 좀 더 확실한 사료적 근거에 기초해서 마더 데레사의 인생과 정신세계 그리고 업적을 서술하게 될 것이다.' 라고 쓰여 있다. 마더 데레사를 신화화하고 성인전적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정확한 정보들만을 싣겠다는 의미인 것은 알았으나, 책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평전이라는 것이 아무리 객관화 시킨다고 해도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뜻에 얼마만큼의 신뢰를 가졌는지 나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하기도 전에 마더 데레사란 인물이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책을 읽는 내내 애를 먹어야 했다.

 

  책의 시작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녀가 생전에 세워놓은 업적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달리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그녀의 출생이 인도라고 알고 있던 나는, 마케도니아의 스코페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울 뿐이었다. 세간에는 그녀의 성장과정과 몇몇 일화들이 잘못 전해지고 있었는데, 그런 점을 뒷받침하기에 적합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에 비해 비교적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마더 데레사는, 성당에서 진보적인 예수회 신부 잠브레코빅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선교사의 소명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수녀가 되어 콜카타로 내려가서 그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냈던 것도, 평생을 약자를 위해 봉사했던 것도 12살 무렵에 가졌던 소명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사랑의 공동체를 세계 곳곳에 세워 병든 자들, 여성, 아이들 등을 위해 봉사한 것은 그녀의 크나큰 업적 가운데 하나다. 업적을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힘으로(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부금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거기다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해서 그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런 연유로 마더 데레사란 인물이 가진 영향력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약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까지 미쳤으므로 그녀 존재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더 데레사는 언론에 나오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노벨상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 하면 가난한 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마더 데레사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한 인물에 가까웠고, 자신의 몸이 부서지도록 사랑과 열정을 바쳤다. 그런 마더 데레사를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봉사를 위해, 다른 이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가난한 자들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늘 바쁘게 세계 곳곳을 돌아 다녔다. 한 사람의 업적이 이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고, 더 열심히 봉사하며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였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의 삶을 좇아가며, 그녀의 흔적을 보았음에도 마더 데레사란 인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서술의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가서인지, 마더 데레사의 삶이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간 것은 알겠는데,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마더 데레사란 인물에 무엇이 덧붙여졌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마더 데레사의 평전은 그녀의 삶의 진행 방향에 따라 주변의 것들과 함께 맞물리는 것이었는데, 이 책에서의 마더 데레사는 중점에서 빗겨가 요소에 포함된 느낌이었다. 제대로 정독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 있더라도, 진정한 마더 데레사를 만나기를 갈망했던 터라 책의 구성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가 생존에 이뤄놓은 업적과 실천은, 그녀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녀 자체만으로 벅찰 뿐이다. 이 책을 읽고도 내가 기억하는 것이 TV에서 본 장례식의 단편적인 모습일지라도, 그녀를 알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아직 내게 남아 있다. 그녀의 삶을 내가 판단한다는 것은 여전히 벅찬 일이므로, 짧게나마 이런 인물과 동시대를 살았던 것에 대해 감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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