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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달빛 - 타샤 할머니의 할로윈 이야기 ㅣ 타샤 튜더 클래식 9
타샤 튜더 글.그림, 엄혜숙 옮김 / 윌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타샤 할머니의 책을 구입할 때마다 늘 검색을 통해서 산다는 말을 언급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타샤 튜더 클래식' 시리즈는 동화책이라서 거의 홍보가 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검색을 통해 출간 소식을 알게 되는데, 얼마 전에는 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출간 알리미 서비스를 오픈 한 것을 보고 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하는 작가가 10명이 넘다보니(거기다 신간이 잘 안 나오기도 하고) 검색이 귀찮기도 하고, 출간 소식을 몰라 적절한 때에 구입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서비스가 생겨 너무 신기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주르륵 등록하고 보니 괜히 뿌듯했다. 당연히 타샤 할머니도 등록시켜 놓았고, 이제 메일과 문자를 통해 출간 여부를 알 수 있다 생각하니 무척 든든했다.
<호박 달빛>은 타샤 할머니의 책 소개란에서 많이 들어봤던 제목이었다. 할로윈 데이를 맞이해서 실비라는 소녀가 호박 달빛을 만드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곧 돌아오는 할로윈 데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하게나마 책의 뒷면에 할로윈 데이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어, 나도 잘 몰랐던 할로윈 데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옛날 아일랜드 사람들은 10월 마지막 날에 나쁜 귀신들이 찾아와 나무나 꽃, 열매가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사람들을 병들게 만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령이나 마녀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분장해서 귀신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려오던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풍습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기에, 할머니 집에 놀러온 실비는 호박 달빛을 만들어 할로윈 데이를 즐겁게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옥수수 밭까지 개의치 않고 올라갔으며, 털북숭이 위기를 데리고 옥수수 밭에 도착한 실비는 밭 한가운데서 통통하고 근사한 호박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호박은 너무 무겁고 커서 굴려서 옮겼는데, 농장으로 이어지는 밭 가장자리까지 왔을 때 그만 호박이 떼구루루 굴러 가 버리고 말았다. 농장으로 들어간 호박은 염소, 암탉, 거위들을 놀래고 화나게 한데 이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들고 가던 헴멜스캠프 아저씨와 부딪히고 만다. 실비와 위기가 호박을 따라 쫓아왔지만 너무 빨리 굴러가는 호박을 제어할 틈이 없었다.
실비는 아저씨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 드린 후 동물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가서 자조지종을 말하자,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호박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씨를 모두 파냈다. 그리고 호박에 구멍을 뚫어 눈과 코, 이빨을 내보이며 웃는 입까지 만들었다. 저녁이 되자 실비와 할아버지는 촛불을 켜서 호박 안에 넣었다. 무시무시한 호박 달빛을 한 호박을 보고 있자니 할로윈 데이 기분이 나는 것 같았다. 실비와 할아버지는 호박 달빛을 울타리에 올려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려 덤불 뒤에 숨었다. 그 일로 인해 실비와 할아버지는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실비는 봄이 되자 호박씨를 심었다. 그 호박들은 잘 자라 수많은 호박이 달렸고, 맛있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호박 달빛이 되기도 해 실비 같은 꼬마 아가씨를 기쁘게 할 거라며 책은 끝이 난다.
<호박 달빛>은 최근에 읽은 타샤 할머니 동화책 가운데 비교적 이야기가 긴 편이었고, 함께 실린 그림들도 뚜렷하고 세세하기보다 수채화 분위기가 물씬 낫다. 책을 다시 검색해 보니 타샤 할머니가 1938년에 처음으로 발표한 동화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에서 보아온 분위기와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나보다. 이후로도 꾸준히 동화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타샤 할머니였기에 후에 나온 작품과 첫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타샤 할머니는 4살짜리 조카 실비의 이야기를 이 책에 그대로 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사랑스럽고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이 책에 그대로 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책장에 가장 희박한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화책이 아닐까 싶은데, 타샤 할머니 덕분에 어느새 10권을 향해 가고 있다.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내 책장이 아닌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현재진행형 전작주의를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번에 새로 나온 <호박 달빛> 덕분에 한 권이 더 늘어난 것을 보며 벌써 다음 동화책을 기다리게 된다. 사랑스러운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을 만날 수 있어서 어찌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