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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코로 ㅣ 재원 아트북 31
재원 편집부 엮음 / 재원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2005년 여름, 예술의 전당에서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이 열렸었다. 마침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 무척 기억에 남았던 전시회였다. 전시회를 보기 직전에 서점에서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 책을 보고는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전시회가 너무 좋아 바로 구입할 정도였다. 미술 전시회를 좋아하긴 해도,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느긋하게 보고 오지 못하는 터라 다녀와도 거의 기억이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대부분이라 무척 마음에 와 닿았고, 특히나 좋았던 몇몇 화가들은 이름을 기억하고 올 정도였다. 그 가운데 단연 1순위는 카미유 코로였다. 밀레를 비롯한 다른 화가들의 평판은 어느 정도 듣고 있었지만, 카미유 코로는 내게 생소한 화가였는데 그림이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모르트퐁텐의 추억>을 직접 보고 나니, 그의 화집이라도 소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괜찮은 책들이 보이질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4년이 흘러 버렸다.
그 사이에 여러 전시회를 보고 미술에 관련된 책을 봤지만, 늘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코로가 떠올랐다. 워낙 많은 화가들이 있어 어떠한 책을 봐야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아는 화가라는 점도 있었지만,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미술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읽다보니, 또 다시 코로의 그림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을 검색을 해봤는데, 달랑 한 권 밖에 검색되지 않았다. 글보다는 코로의 그림위주로 실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코로의 그림을 보고 싶은 열망이 커서 지인에게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얇은 책이어서 그런지 글은 코로의 생애만 다루고 있었고, 나머지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코로의 생(生)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어 꼼꼼히 읽어 나갔는데, 그것으로 코로의 삶과 그림세계를 알기에는 무리였다.
코로의 생애와 책에 실린 그림을 보고 나서, 약간이나마 그에 대해서 알아갔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털어 버리지 못하다, '밀레와 바르비종파 화가들' 전시회를 보고 나서 구입한 책이 생각이 났다. 책장에서 바로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을 꺼내서 코로의 그림과 글이 실려 있는 부분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그러나 이 책은 바르비종파의 여러 화가들을 다루고 있어서, 내가 알고 싶었던 코로의 삶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해소시켰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코로에 관한 글을 조금 읽고, 그의 그림을 비교해보니(미술책마다 색감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의 그림이 훨씬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이었다.), 아쉬움이 조금 달래지긴 했다. 잠시 새로 구입한 책에서 남긴 아쉬움을 다른 책에서 약간이나마 보충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내 책장의 책들이 사랑스러워지기도 했다.
코로의 삶에 따라 펼쳐진 그의 그림과 화풍을 보면, 말년에 은빛 물결치듯 그려낸 그림들이 가장 돋보였다. 내가 전시회에서 감탄하며 보았던 그림도 말년에 그린 그림이었고,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말년에 들어서면서 더 빛을 발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화가에게 그림이란 내면을 작용시키는 힘이 부여하기 마련이기에 각자에게 처한 배경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로는 상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터라 어릴 적부터 물질에 대한 어려움을 모르고 지냈다. 부모님의 희망대로 포목상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커 부모를 설득해 26살의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온 코로여서 그런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떠한 격정이 느껴진 다기 보다 평안함과 몽롱함이 지배하고 있다. 여러 곳을 여행하고 퐁텐블로 숲에 머물면서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함께 자연을 그렸고,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종교화에도 심취했던 그였기에 그림만으로도 그의 내면을 짐작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살롱전에서도 그의 그림은 비교적 많이 당선된 편이었는데, 그만큼 서정적인 그의 그림은 누가 봐도 부담 없을 편안함이 내제해 있었다. 아무도 눈 여겨 볼 것 같지 않은 숲의 풍경, 세세하면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인물화, 삶의 한 단면 같은 종교화까지 무척 사실적인 그림들이었다. 은빛 물결이 치듯, 안개가 낀 듯, 몽롱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꿈속을 헤매는 분위기로 인해 현실감이 더 드러날 정도였다.
코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많은 작품들을 구경하고 싶던 나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정보가 너무 협소해 그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얽혀 들어갔는지 자세히 알 수 없어 짧은 식견으로 그의 그림을 얘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나마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좀 더 큰 관심으로 코로의 작품과 삶에 대한 책들이 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전시회에서 느꼈던 강렬함을 많은 독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