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 the World : 힐 더 월드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구행복 프로젝트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때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꿈꾼 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도울 때 머뭇머뭇 거리다 작은 것 하나도 도와주지 못한 나를 발견하면서도, 그런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 지는 것 때문에 그런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지 않냐' 는 사람들 말에, 국내에서는 내가 누릴 것을 다 누리느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합리화를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모든 것을 두고 전혀 다른 세계로 간다는 것이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용기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며,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흐지부지 한 때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는데, 종종 그런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TV를 보다가도 그런 나라의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아프다는 핑계로 피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내게 도착한 한 권의 책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온갖 생각들을 다시 다 끄집어 내는 계기를 만들고 말았다.
 

  내가 보지 못한 세계,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세계의 이야기는 처절할수록 더 피하고 싶어진다. 어느 정도 심각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알기를 거부하고,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우울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같은 인간이면서 그렇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것은 그네들의 탓이 아니냐고 되레 성을 낼 때도 있다. 이 책에서 만난 그들이 그랬다. 갖가지 이유로 굶주리고, 질병에 힘들어하고, 생명이 천시되는 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 빽빽하지 않은 글은 사진보다 더 처절했다. 그곳의 상황을 분노에 차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무척 차분하지만,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하는 글이었다. 그럼에도 몇 번이나 쉬어서 읽을 정도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글이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것을 조사하고, 봐오는 과정 속에 있었으면서도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또 다른 감동이 일 정도였다. 독자에게 호소를 하고 있지만 감정의 밑바닥으로 끌고 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글에서 드러나는 실상은 믿지 못할 정도였다.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굶주림과 질병의 실태는 심각할 정도지만 원인은 너무나 어이없었다. 어리석은 싸움, 선진국에 의한 짓밟힘,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원조가 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너무나 쉽게 파괴하고 있었다. 정말 그런 일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날까 싶을 정도로 믿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내용들이었다. 당장 내가 과연 이런 사람들의 실체를 보고 있으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무기력감이 밀려왔다. 그 무기력감에 자칫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려는 찰나, 그들을 돕는 단체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여지고 있었다. 나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자신만 닦달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듯,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고 구호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거기다 환경과 동물, 자원, 변화하는 자연현상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실려 있어 죄의식은 덧입혀진 반면, 내가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내심 안심이 되기도 했다.

 

  오존층 파괴가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멋을 내기 위해 입는 밍크코트가 얼마나 많은 동물들을 살상하는지, 공정무역을 통한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 나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현장에 뛰어들 수도 없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 휩쓸리게 버려두지 않고 작은 실천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고 자연을 보호할 수 있다 생각하니 끊임없는 자극이 나를 에워쌌다. 예전에 음식점을 갈 때마다 남은 반찬을 싸오는  한 의사의 사연을 TV에서 보고 난 후(북한을 방문한 그 의사는 땅을 파먹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절대 음식을 못 버리겠어서 반찬통을 들고 싸 오는 것이라고 한다.), 나 또한 음식을 함부로 못 버리게 되었다. 거기에 물 아껴 쓰기, 공정무역을 거친 상품 구입하기, 육류 섭취 줄이기 등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실현해 나가면 책을 읽는 내내 죄스러웠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천은 강요가 아니지만 어떠한 현상을 보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이성을 가진 인간임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닐까. 인간이 단독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 함께 주어진 것들을 다른 생명체와 나누며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작은 실천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실천은 개개인의 의지에 달렸지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마음 아픔을 느끼고 안타까움을 느꼈다면 작은 움직임에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아침마다 양치할 때 물을 컵에 받아쓰고, 이 책을 읽은 다른 이가 그것을 따라한다면 작은 움직임이 모여 적지 않은 효과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보면 '내 생애 가장 친환경적인 일주일'이란 코너가 있다. 일주일동안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보낸 후기가 실려 있는데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과정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씁쓸한 자유를 주는 지에 대해 나와 있다. 그만큼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자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을 때 더 이상 인간을 비난하지 않으며, 내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가진 자에 대한 분노가 그것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