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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다 성경 : 성전 이야기 - 성경의 비밀을 푸는 성전 이야기 ㅣ 열린다 성경
류모세 지음, 권혁승 감수 / 두란노 / 2009년 7월
평점 :
한 달을 기준으로 볼 때 내게 쏟아지는 책의 양은 엄청나다. 늘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양의 책들이 생기고, 그 가운데서 나의 선택을 받는 책은 갈수록 줄어들어 간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독서의 보람을 갖게 만드는 책들이 있으니, 그런 책을 만나면 흥분하게 된다. 때로는 그런 책들을 만나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가장 반가운 책들은 시기적절하게 나를 찾아온 책들이다. 적절하게 나에게 찾아와도 놓치고 있는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열린다 성경>은 때 맞춰 내게 너무나 잘 와준 책이다.
올 7월은 내가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한지 꼭 5년이 되는 달이다. 24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한 번도 주일을 어겨본 적이 없지만, 부끄럽게도 성경 일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아 즐겁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읽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는 성경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도 있었고, 너무나 낯설었기에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세상의 책들이 더 재미있었고, 신앙서적도 그다지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 신앙으로 인한 영적인 힘듦이 찾아왔다. 나의 신앙은 바닥으로 내려갔고, 가족과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함으로 신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성경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이렇게 강력한 기분이 든 적이 없었기에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성경을 읽어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읽다만 구약을 기점으로 신약과 번갈아 가면서 성경읽기를 시작했다. 구약을 읽어야 할 곳은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멈춘다는 레위기였고, 신약은 마태복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당연히 레위기는 많이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에 상응하듯 마태복음을 줄기차게 읽어나갔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성경을 이렇게 읽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다. 성경을 읽는 시간은 대부분 잠들기 전인 무척 피로하고 고단한 깊은 밤이었는데도 성경만 펼치면 그런 피로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져 들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복음서를 읽어나가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성경 속에 나오는 어휘들이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는데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협소함이 존재했다. 그러다 혹시 성경사전이 있을까 싶어 검색해 보니, 여러 종류의 사전이 출간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권을 선택해 구입해서 성경을 읽으니 그냥 읽을 때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늘 성경을 멀리하던 내가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어가자 너무나 신기했다. 재미있기도 했거니와 그동안 들음으로 내 안에 존재한 말씀들이 하나씩 생기를 되찾는 기분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열린다 성경>이 내게로 왔으니 '시기적절하다'란 말이 어찌 적합하지 않겠는가.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어도 무언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거리감이 느껴지곤 했는데 <열린다 성경>으로 완전함을 얻은 듯, 착각이 일기도 했다. 내가 마주하게 된 책은 <열린다 성경> 시리즈 가운데서 '성전 이야기'였다. 성경에 나오는 성전을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이렇게 많은 의미와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지 이 책을 마주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책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절반 정도를 읽어 버렸고, 신앙생활을 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어 당장 구입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성경을 알아 가는데 필요한 책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성전에 관한 비밀을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개인적으로 닥친 힘듦이 아니었다면 성경을 읽지 않았을 것이고, 성경을 읽지 않은 채 이 책을 만났더라면 성전에 관한 이야기를 이토록 즐겁고 신비하게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책 한권을 만나게 할 때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다는 것을 느껴 이제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성경에는 '성전'에 관해서 무척 많이 언급 되지만, 내가 최근에 읽은 복음서와 레위기에서는 특히나 많은 성전들이 언급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언뜻 스쳐 버렸던 구절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음은 물론,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의미를 알고 나자 성경 구절 이면의 세계가 보이는 것 같았다. 거기다 성경에서 만나는 '성전'은 막연하게 어떠한 형태를 띠지 않고 머릿속에 자리 잡기 마련이었는데, 헤롯 성전의 내부와 외부를 그림으로 만나면서 구체적인 성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성경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성전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성경 말씀들이 꿰어 맞춰지고, 모호한 의미로 남아있거나 이해가 되지 않았던 하나님의 말씀에 많은 이해가 따랐다. 그렇게 자리한 성전을 시작으로 성전의 비밀을 알아가다 보니,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가 성전 곳곳을 누비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성전에서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삶이라면 하나님의 영광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성경말씀과 성전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끌어내고 있었다.
그런 현실감 가운데서도 성전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알고 나자 나의 입에서는 연일 감탄이 떠나질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이토록 귀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고, 단어 하나에도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경에서 그 구절을 대할 때마다 갖게 되는 의문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물어볼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답답함을 일시에 해소시켜 주었다. 예를 들자면 안식일에 많은 병자를 고치고, 말씀을 선포하신 예수님을 향해 잘못을 따지던 바리새인들의 속사정(?)이 그랬다. 예수님은 그런 바리새인들에게 여러 비유를 들어 안식일에 병자를 구한 행동과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곡식을 먹은 제자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늘 석연치 않은 껄끄러움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비밀을 풀어주었다. 안식일법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은 힐렐 학파와 샴마이 학파의 존재를 내세워 그 당시의 상황에 이해를 도왔다. 또한 솔로몬을 통해 성전을 짓게 하신 하나님의 숨은 뜻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다윗에게 다윗의 집, 즉 왕조를 계승시키기 위해 솔로몬에게 성전을 완성하게 했다는 설명은 늘 스쳐버렸던 의문을 시원스레 풀어주었다. 이처럼 자주 들어왔거나, 알지 못했던 성전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신비하며 즐겁게 펼쳐졌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나에게 필요한 말씀만 받다 보니, 달콤한 말씀만 좇게 된 것이 사실이다. 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지 못하고, 앞뒤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성경을 대하고 하나님 말씀을 들었으니 조각난 지식들이 나의 내면에 자리 잡은 것은 당연했다. 그런 지식들의 자리맞춤은 성경을 읽을 때에 완성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껏 방치했었다. 성경은 하나님 나라의 기록임과 동시에 이스라엘 역사이므로 그 시대의 배경을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늘 간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무관심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성경의 비밀을 알려주고, 하나님 나라와 이스라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열린다 성경> 시리즈다. 한 권의 책으로 성경에 대해 무척 많은 것을 알게 된 기분이다. 성경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성경과 함께 꿰어 맞춰야만 이해가 빠르고 숨은 의미를 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성경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다면, <열린다 성경> 시리즈와 함께 즐거운 성경읽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재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테니, 이보다 더 적절한 만남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