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타샤 튜더
베서니 튜더 지음, 강수정 옮김 / 윌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지은이만 보고 무조건 구입하는 책이 있다. 전작하고 싶은, 혹은 전작하고 있는 작가에 해당되는데 타샤 튜더 할머니도 그 가운데 한 분이다. 이미 웬만한 책은 다 읽은 터라 동화책 발간만 기다리고 있던 차였는데, 타샤 할머니 1주기를 맞아 큰딸 베서니 튜더가 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약구매를 해놓고 기다리니 타샤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예쁜 책이 도착했다. 타샤 할머니에 관련된 책이라면 어떤 책이라도 그저 좋아 1주기를 기념한 책이란 것도 잠시 잊어버릴 정도였다. 

  타샤 할머니의 가족들만큼이나 많은 독자들도 타샤 할머니를 그리워 할 것이다. 그러나 타샤 할머니가 보여준 삶의 방식과 정성들여 가꾼 정원은 독자들에게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기에 그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그런 추억을 덧입혀 주고 다른 시각에서 보아온 타샤 할머니의 큰딸 베서니 튜더의 기록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샤 할머니의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 책이 새로운 사실이 많이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을 것이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과 삶,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다른 책에서 충분히 얘기했지만 그 사실을 앎에도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껏 타샤 할머니의 삶을 스스로 들려주거나, 타인의 입을 통해서 알아 왔다면 이 책에서는 가장 가까이 있었던 가족이 들려준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타샤 할머니가 중심이었기에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은 타샤 할머니를 먼저 거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 반면 큰딸을 통해서 비춰지는 타샤 할머니는 그동안 중점이었던 시선에서 벗어나 지켜보는 대상으로 발견된다. 그런 타샤 할머니를 지켜보는 것과 베서니 튜더를 통해서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베서니 튜더의 추억에서 타샤 할머니를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가 보아왔던 타샤 할머니는 네 아이들의 '엄마'로 등장한다. 그리고 타샤 할머니의 성장과정은 베서니 튜더의 입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고, 종종 실려 있는 사진을 보며 타샤 할머니에게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였다. 내가 타샤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었고, 연세가 많으셨기에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타샤 할머니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지금껏 타샤 할머니에 대해서 알아온 것은 삶의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에 충실한 타샤 할머니의 모습만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들어온 이야기를 자식의 입장에서 들려주니 타샤 할머니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타샤 할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의 자질을 드러내는 모습까지 자녀의 입장과 가족의 일원으로써 보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웠다. 늘 타샤 할머니의 자녀들은 과연 엄마로써 어떻게 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짐작한대로 최고의 엄마로 등장하는 것이 흐뭇했다. 농가에서의 생활을 사랑한 타샤 할머니처럼 아이들도 어린 시절에 늘 함께했던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타샤 할머니는 단순히 자연을 아이들에게 던져 준 것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법, 그 안에서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교육이 되었음은 당연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창조적인 놀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아이들과 즐기며 타샤 할머니 개인 취미로도 발전시킬 수 있으니 정말 환상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알 수 없었던 타샤 할머니의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과, 할머니가 남겨 준 많은 것들을 보는 것은 내가 가진 타샤 할머니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본 타샤 할머니의 시선이 가장 도드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타샤 할머니에 대한 색다른 내용이 없더라도,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굳혀 있냐는 것만으로도 타샤 할머니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마치 나의 가족을 추억하는 것처럼 타샤 할머니를 추억하고, 타샤 할머니와 아이들이 같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일상을 상상해 보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의 일상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일 미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타샤 할머니를 책으로라도 만난 것에 감사했다. 가끔 타샤 할머니의 정원이 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타샤 할머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 두기로 했다. 대신 타샤 할머니가 주었던 무한한 상상력과 삶을 사랑하는 법, 일상을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을 기억하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