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4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8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하루 일과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배터리 시리즈를 한 권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다. 시리즈가 곧 끝나가니 하루 일과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그만큼 나의 관심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책이다. 이제 4권을 읽고 5권을 향해 가고 있어 완결이 눈앞에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데 괜히 벌써부터 서운한 마음이 든다. 4권의 책을 읽는 동안 야구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그들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동고동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으로 벌써부터 기운 빠지기 보다는 책을 읽어나가는 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그들이 펼쳐놓은 세계를 맘껏 누려볼 생각이다.
 

  다쿠미는 요코테의 에이스인 가도와키에게 퍼펙트게임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기에 그 경기를 치루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학교 측의 허락 없이 9월의 어느 일요일, 공원에 모여 그들은 야구 경기를 펼쳤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저자가 그 경기를 어떻게 펼쳐낼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쿠미가 승리투수가 된다면 그의 천재성은 증명되는 셈이고, 또한 저버린다면 이야기의 흐름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쪽으로도 쉽게 마음을 결정짓지 못한 때에 경기의 과정을 보여주기에 앞서 다쿠미는 그 경기에 졌음을 인정했다. 그 경기로 인해 또 다시 야구부는 활동정지를 먹었고, 다쿠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달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다쿠미는 왜 요코테 중학교와의 경기에서 졌던 것일까.

 

  3권의 마지막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경기의 승패는 이미 갈려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쿠미는 가도와키가 경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대 일 승부를 할 때 삼진을 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공을 최선을 다해 던지지 않았다. 그 일로 인해 고는 다쿠미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다쿠미 자신도 의문을 가진 사이에 고가 무척이나 화를 내고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에게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원래 고집이 세고, 이기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다쿠미라고 해도 고에게 사과하지 않고 대화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짜증이 솟구쳤다. 그동안 다쿠미를 참고 봐준 것은 어쩌면 다쿠미가 던지는 공에 대한 위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런 다쿠미의 공을 인정해주고, 다쿠미와 야구를 위해 마음을 써 준 고에게 다쿠미가 그렇게 한다는 것이 진부해지고 말았다.

 

  그랬으니 요코테와의 경기에서 이길 리가 없었다. 배터리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도 이길까 말까인데, 둘은 서로를 믿지 못했고 앙금이 남아 있었다. 다쿠미는 가도와키와를 삼진 시킴으로써 정면승부를 잘 치렀을지 몰라도, 가도와키에게 던진 공을 받은 후 고가 흔들리므로 써 다쿠미도 함께 무너져 버린다. 요코테 감독에 의해 경기가 중단 된 만큼, 닛타히가시 중학교가 이겼다고 인정하기도 꺼림칙한 가운데 가도와키는 재경기를 요청한다. 시기는 내년 봄으로 정하고,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경기에 대한 앙금을 풀려고 한다. 그러나 다쿠미와 고의 사이가 좋지 않은 만큼 그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다쿠미와 고는 끝내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고, 그 사이 오토무라이 감독은 고가 다쿠미의 공을 받지 않는다면 다른 포수를 붙이려고 한다. 감독의 이면에 고를 끌어내려는 것인지, 정말 다쿠미의 실력을 7할만 끌어내서 팀을 승리로 이끌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도 다쿠미와 고는 여전히 껄끄러웠다.

 

  그런 둘의 사이를 좁혀주려 같은 야구팀 친구들이 애쓰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중학교 1학년에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너무 진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들도 감독도 야구에 모든 것을 걸기에 아직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야구에 미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천진난만한 모습도, 그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내용 앞에서도 도무지 야구를 떼어낼 수가 없었다. 책의 마지막 즈음 가도와키와 미즈카키가 다쿠미를 찾아와 다음 경기를 제안하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 놀이를 한다. 그동안 승부욕에만 치우쳤던 야구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들끼리 어울려서 하는 모습은 조금은 진부하고, 지루했던 4권의 내용에 대한 저자의 특별 보너스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다쿠미와 고가 서로를 신뢰하고 다시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가도와키와의 경기를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 거라 본다. 다쿠미는 여전히 자신밖에 믿지 않고, 고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지만 주변에 그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다쿠미가 고를 자신의 공을 받아 줄 사람으로 밖에 생각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다쿠미의 공을 받아줄 사람은 고 밖에 없다. 그들이 어떻게 뭉치느냐에 따라서 가도와키와의 경기, 그들의 야구에 대한 미래가 결정지어지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야구를 잘한다고 해서 그들을 더 높은 곳으로 격양 시키지 않고, 삶의 다양한 모습과 접목시켜 가는 저자의 역량에도 감탄하고 있다. 야구가 중점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내면을 파고들며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 하며, 청소년 문학답지 않게 섬세한 묘사와 진지한 내면의 드러남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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