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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2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ㅣ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4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권을 읽은 여운이 사라질까 두려워 서둘러 2권을 꺼내들었다. 책장에서 6권을 모조리 꺼내 머리맡에 쌓아두니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야말로 책 내용을 모조리 빨아들일 사람처럼 기를 쓰며 읽었다. 역시나 꼼짝할 수 없을 만한 흡인력을 발휘했고, 3권을 읽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정도다. 그러나 다음 권을 읽기 전에 정리해 두지 않으면 이야기가 엉켜버릴 것 같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2권의 내용을 되돌아보고 있다. 저자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6권을 써냈다고 하니 이 정도의 심호흡은 해주고 읽어야 예의일 것 같다.
드디어 중학교에 들어간 다쿠미와 고는 그들의 활약상으로 학교를 뒤흔들 거라 생각했다. 그들도 책을 읽는 나도 의심치 않은 사실이었으나 다쿠미는 야구부에 들어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다름 아닌 야구부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지워낼 수 없어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야구 때문에 중학교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인 그들만큼 야구부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었기에 야구부에 들어간다. 그러나 다쿠미의 올곧은 성격과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야구부에 들어가기 전부터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야구공을 소지한 것 때문에 교장실로 불려가고, 야구부에 들어가서부터 다쿠미는 선배들의 눈에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지 자신이 던지는 공만 믿었고, 고가 있다면 문제 될게 없다 생각해서 명령만 내리는 감독도, 거들먹거리는 선배들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 감독과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쿠미의 실력을 확인하지 전까지 1학년 주제에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드디어 고와 배터리가 되어 실력을 뽐내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다쿠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여러 사람과 충돌을 일으킨다. 야구부원과 감독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환상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는 고와의 틀어짐은 아슬아슬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야구도 잘 할 수 있다는 고의 충고에 다쿠미는 냉랭하게 반응했고 그로 인해 고는 상처를 입었다. 다른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아가며 농담을 하며 즐겁게 놀 때는 영락없는 중학교 소년인데, 야구에서만큼은 애늙은이가 되어 버리는 다쿠미 앞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다쿠미는 고와의 연습과 충돌로 인해 서서히 그를 믿어간다. 믿기보다 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가 없으면 안 된다고 뼈저리게 느끼지만, 그것만으로 야구를 시원스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뻣뻣한 태도로 선배들을 대한 탓에 다쿠미는 린치를 당하고, 그때마다 고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체육관에서 당한 린치는 다쿠미에게 육체적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친구인 사와구치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감독인 마코토 선생님이 부상을 당하고, 그 일로 인해 3학년 선배들이 큰 곤경에 빠질 거라 생각했는데 학교의 입장은 강압적이다. 그런 일을 숨기고 싶어 했고 야구부의 탓으로 돌리고 야구부 활동을 중지 시켜 버린다. 더 큰 어려움에 닥친 다쿠미를 비롯한 야구 부원들은 그 난관을 어떻게든 해쳐나가야 했다.
다쿠미의 머릿속에 온통 야구가 들어차 있는 것처럼 책의 전반에 야구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감칠맛 나듯 드러나는 중학교 생활과 친구들과의 우정, 가족들의 걱정 속에서 성장해 가는 다쿠미를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다쿠미의 실력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어느 누구와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것에 부딪히려 하는 모습이 답답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늘 충돌이 일으키고, 문제만 만드는 다쿠미의 진정성은 조금씩 빛을 발해가고 있었다. 야구부 활동 중지로 인한 문제 해결과 경기 출전 여부가 남았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씩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고 때로는 타인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지만, 그런 다쿠미를 지켜보는 것이 조마조마 하다. 다쿠미를 좌절 시키려는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희망을 접어버릴 까봐 되레 내가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