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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이야기 ㅣ 네버랜드 클래식 20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C. E. 브록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라 이야기>를 읽자 <세드릭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늘 두 소설이 짝꿍처럼 붙어 다니기에 한 작품만 읽는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미리 <세드릭 이야기>를 주문해 놓고, <세라 이야기>를 읽자마자 바로 <세드릭 이야기>를 읽었다. 그제야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3종 세트(비밀의 화원, 세라 이야기, 세드릭 이야기)를 읽은 후련함이 밀려왔다. 거기다 <세드릭 이야기>에도 푹 빠질 수 있어 무척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세드릭은 엄마와 뉴욕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 에롤 대위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세드릭과 엄마는 서로를 위로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세드릭은 아이답지 않게 늠름했으며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있었다. 구두닦이 딕, 사과장수 할머니, 식료품 가게 주인인 홉스 씨가 세드릭의 친구였다. 세드릭이 어찌나 허물없이 대했던지 딕과 홉스 씨는 세드릭을 친구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드릭이 백작이 되어 영국으로 떠날 때도 가장 서운해 하는 사람이 딕과 홉스 씨 일 정도로 그들의 우정은 끈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도린코트 백작 가문의 변호사인 허비셤 씨의 등장으로 세드릭의 운명은 뒤바뀌고 만다. 아빠인 에롤 대위는 도린코트 백작의 셋째 아들이었고, 큰 형과 둘째 형이 모두 죽고 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세드릭이 폰틀로이 경이 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에롤 대위가 미국인인 엄마와 결혼하는 바람에 도린코트 백작의 노여움을 샀고 그 때문에 지금껏 세드릭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었다. 하지만 세드릭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에롤 부인과 세드릭은 영국으로 가게 된다.
세드릭은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러나 백작이 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도린코트 백작이 세드릭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돈을 쓰게 해주었는데, 세드릭은 그 돈으로 어려운 딕과 사과장수 할머니, 어려운 처지에 있는 브리지트 아줌마를 도와준다. 그 일로 백작이 되는 것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도와준 할아버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영국에 도착하면 세드릭은 엄마와 같이 살 수 없고, 할아버지의 성격이 괴팍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도린코트 백작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세드릭을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지금껏 자신의 쾌락만 좇으며 생활하던 그가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셋째 아들 에롤이 미국인과 결혼을 하자 마음이 무척 상했다. 작위를 물려주는 일이 아니라면 세드릭과 미망인 에롤 부인을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린코트 백작은 세드릭이 미국인 여자에게 자라서 무척 건방지고 제멋대로 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세드릭을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모두 사라짐을 느꼈다. 의젓하고 잘생기고 똘망똘망한 세드릭은 어느 곳에서나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단박에 세드릭이 마음에 든 도린코트 백작은 이후로 놀라운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반면 세드릭은 자신에게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도 흥분되는 사실이지만, 할아버지가 베푼 은혜 덕분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생각하자 할아버지가 무척 친절한 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영지의 소작인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세드릭이 옴으로써 어떠한 소문이 돌고 있는지 세드릭은 모르고 있었다. 세드릭은 엄마와 떨어져 산다는 것이 무척 슬펐지만, 자주 보러 갔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성에서 사는 것에 많은 흥미를 느꼈다. 넓은 집과 영지에는 세드릭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것들이 무한했고, 무엇보다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껏 도린코트 백작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없었기에 도린코트 백작도 주변인들도 모두 놀랄 따름이었다.
도린코트 백작은 순전히 세드릭으로 인해 변해가고 있었다. 지루한 삶도, 타인에게 상처만 주던 괴팍스런 성격도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꼈다. 세드릭으로 인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기가 싫었다. 세드릭은 할아버지가 무척 친절하고 좋은 분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세드릭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자신을 드러내기도 싫었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에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아들이 폰틀로이 경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이미 세드릭을 사랑하게 된 도린코트 백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드릭에게 작위를 물려주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구원병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미국에서 날아온 딕과 홉스 씨가 그 사건을 해결해 주었고, 그 일로 많은 것을 깨달은 도린코트 백작은 에롤 부인을 자신의 성으로 데려와 세드릭과 함께 산다.
<세라 이야기>처럼 무척 재미나게 읽은 소설이었다. 너무나 완벽한 소년 세드릭은 겉과 내면에 흠 하나 잡을 것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을 다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고, 세드릭과 함께라면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다.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소년이었기에 너무 완벽해서 흠집이 날까 걱정될 정도였다. 다행히 할아버지를 변화시키고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끝을 맺지만 할아버지의 위선, 세드릭의 완벽함이 조금은 거슬렸다. 소설이라고 해도 허점 하나 느껴지지 않는 인물들과 이야기의 흐름은 식상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세드릭이 타인을 변화시킨 것은 사랑의 힘이었다는 사실을 기억 하려 한다. 사랑이야말로 굳게 닫혔던 마음을 변화 시키고, 그로 인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이 소설이 간직한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