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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신드롬 -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
김진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 달 말에 8년 정도 지내왔던 사무실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다른 지점과 합쳐서 이사를 하는 거라 공간도 좁아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좀 더 깔끔한 건물로 간다는 장점은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조바심을 불러 일으켰다.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안주하길 원했기 때문에 새로 바뀐 환경에 약간의 적대감까지 생겼다. 정신없이 보름 정도가 지나니 조금씩 틀이 잡히긴 했지만 안락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이런 적응기를 '스타트 신드롬'이라 불렀다. 내 경우는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출발의 시작점에서 갖게 된 갖가지 감정들도 스타트 신드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 동안에 해 왔던 일들을 하면서 모든 것에서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출발점에 서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쓴 책 <스타트 신드롬>은 이런 소소한 일들부터 삶을 좌지우지 하는 큰일들까지 그 안에 감추어진 두려움, 걱정, 고민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에서 크게 성격, 사랑, 관계, 일에 대해 시작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저자가 살면서 만난, 상담실을 찾아와 함께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충고 해주며 비슷한 일을 겪거나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사연들이 많았다. 볼펜의 행방을 조교에게 물어봐야 하는 교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은행원,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 신드롬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인 저자에게 상담을 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일례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다른 나라 사람 얘기처럼 들려 구경하듯 지켜보았다. 이런 사연들이 있으니 상담실을 찾는 거라고, 나는 찾을 일이 없다고 고개를 한껏 쳐들며 기웃거리기 바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스타트 신드롬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종종 내가 내면 깊숙이 숨겨놓은 어둠을 곤란하단 듯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드러냈겠지만, 그런 내용이 나오자 나도 방심할 수 없었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상담했다는 것 자체가 숨기려는 나보다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는 사례 중심이었고, 충고와 위로가 곁들어 있지만 마음에 많이 와 닿는 얘기는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사례가 나오면 어떤 해결책을 던져주는지 관심을 높였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맞는 말이기도 했거니와 자라온 성장과정의 영향을 많이 보는 것이 탐착치 않았다.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들이민 것은 사실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위로의 말들이 많아서 조금은 서운했다. 어쩌면 상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타인에게 말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치유가 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상담자든, 이 책의 저자든)이 있을 테니 내가 숨기고 있는 스타트 신드롬에 관심을 기울여 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가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 일상에서 수많은 스타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약해 보이지 않으려, 보통 사람다워 보이려 무던히 애쓰다 보니 지금까지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연들을 보면서 나와 상관없는, 나와 아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자기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조급해하며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마음보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도움을 청하고 해결책을 강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