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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ㅣ 트와일라잇
마크 코타 바즈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트와일라잇 소설을 접한 시점은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난 후였다. 책을 읽으니 미치도록 영화가 보고 싶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화를 찜찜한 기분으로 보았다. 영화는 내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찜찜한 기분은 실망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화질이 엉망이라(불법 루트로 촬영된 영화였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불쾌해 하고 말았다. 나의 불만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나름 괜찮았다고 하니 더욱 더 영화가 궁금해 DVD 발매일 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 도중에 이 책이 나왔으니 어찌나 반갑던지. 제대로 된 영화를 보지 못한 아쉬움과 DVD 발매일의 기다림 가운데 딱 맞게 내게 온 책이었다.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에 불을 켜고 책장을 넘길 정도지만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고, 소설의 이미지만 가득히 남아 있어 이 책 또한 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소설 속의 인물들을 더 부각시켜 주는 일이었다.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이기 때문에 욕구충족은 점점 멀어지고 말았다.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었다. 영화 촬영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다만 '저 장면은 이렇게 만들었겠지'라며 추측할 뿐이었기에 상세한 설명은 나의 관심을 더 밀어내고 있었다. 오로지 화질이 좋은 DVD가 도착하길 바랐기에, 이 책의 존재는 조금 묻혀진 듯 했다.
그렇게 읽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을 때, 드디어 트와일라잇 DVD가 발매되었고 책은 잠시 제쳐둔 채 DVD를 보다 경악하고 말았다. 이렇게 화질이 좋고, 괜찮은 영화를 인터넷으로 떠도는 화질이 낮은 영화를 보고 판단해 버린 섣부름 때문이었다. 화질이 낮은 영화를 보며 온갖 험담을 했는데, DVD의 영화는 그야말로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거기다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보았던 세세한 장면 묘사가 기억이 나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장면 비교에 매력을 느껴 다시 책을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영화장면을 각인시키고 책을 보니 탄생배경이 무척 흥미로웠다. 영화 촬영에 대한 문외한은 여전했지만 영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어 색다른 묘미를 발견해가고 있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책과 영화를 모두 봐야 한다.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보고 영화를 한 번 더 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독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상속의 트와일라잇을 영화와 비교해보며, 촬영진들은 그 내용을 어떻게 녹여내려 했는지 애쓰는 모습을 본다면 영화에도 애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에 대해 높은 평을 주지 않았던 이유는, 책 속의 묘사와 내가 간직한 상상속의 세계를 늘 영화는 제대로 끌어내어 주지 못한 데서 오는 불만이었다.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늘 원작에 멀어지고 변형되어 지는 영화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트와일라잇은 달랐다. 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려 애썼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을 존중하며 소설의 트와일라잇을 영상으로 옮기는데 온 힘을 다했다. 여 감독이어서 더 꼼꼼했다는 편견보다 같은 여자이기에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책과 영화만 봤더라면 여전히 트와일라잇의 환상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하고 나니 영화 밖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와일라잇을 읽고 환상에 빠져 지낸 시간이 무척 길었는데, DVD를 보고 나서 또 다시 병이 도지려 할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정선을 유지시켜 주었다. DVD를 보고 있으면 촬영 현장의 뒷얘기가 생각나고,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영화장면이 생각이 나 현실과 환상세계를 부지런히 오갔다. 그러나 트와일라잇의 환상속에 갇히고 싶어 하고 자신의 환상을 깨트릴 생각이 없다면 이 책의 존재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촬영 현장을 보면서 얼마나 원작에 충실했는지, 책 속의 분위기와 같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알고 나면 소설이라는 사실을 자각함에도 환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트와일라잇의 저자도 꿈속에서 힌트를 얻어 소설을 썼다고 할 정도였으니, 독자들이 갖고 있는 환상이 어떨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환상을 깨어주는 동시에 현실로 끌어내는 작업을 한 트와일라잇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열렬한 팬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니 선택은 각자가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