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 이야기 -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신화가 된 회사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일상을 지내다 보면 종종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자주는 아니지만, 무언가에 푹 빠져서 내 안에 숨겨진 능력을 끌어 낼 때가 있다. 그 능력이 발휘될 때면 평소에는 만끽하지 못한 뿌듯함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뿌듯함으로 일상이 이뤄지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일에 몰입해서 하다보면 즐거워지기 마련이고, 즐거우면 살맛이 나게 된다. 자신에게 꼭 주어진 일에 필요할 때마다 몰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런 나의 게으른(?) 생각을 시원하게 깨트리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일본전산'이라는 회사였다.
 

  내가 몰입을 일상에서 좀 더 자주 갈망했던 이유는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능력을 갖추기 싫고, 손쉬운 방법으로 쉽게 해결하고 싶은 얄팍한 마음도 한몫했다. 그러나 몰입을 끌어내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런 갈망도 시들해지고 말았는데,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하라!'고 외치는 일본전산의 경영방침에 더 기가 죽고 말았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잘하고 싶은 것에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하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깊이 각인되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전산은 네 명의 직원과 세 평짜리 창고에서 시작해 계열사 140개에 직원 13만 명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신화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일본전산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 터, 그 방법이 궁금해 열심히 탐독했지만 특별한 비법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방법들과 말들이 난무했다. 기존의 방식을 무시하고, 새롭고 독특한 방법들로 직원을 뽑고 자신만의 방침으로 기반을 닦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무식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학력, 경력, 능력을 다 무시한 채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는 기이한 채용방식이 이해 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신제품 개발도 무조건 될 때까지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많이 배웠다는 재원들과 노하우를 알고 있다는 고위급 인사들이 코웃음 치기 좋은 방법들만 시도하고 있는 곳이 일본전산이었다.

 

  하지만 왜 일본전산은 나날이 성장을 하고, 능력과 경력으로 갖추어진 탄탄한 회사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회장은 독특한 방법으로 회사를 이끌어 갔지만, 기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 관념을 버리게 만들고 직원들을 정열, 열의, 집념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밑바닥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화장실 청소' 같은 시험을 한다.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직원들은 나가모리 회장의 방식에 매력을 느껴간다.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 회사에 도움도 되고 존재감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자신감을 천천히 만들어 갔다.

 

  그 결과는 회사의 성장을 통해 단박에 드러났다. 오로지 집념하나만으로 일궈낸 기술력은 평소에 경쟁회사라 칭할 수조차 없었던 대형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게 된다. 기본바탕이 잘 갖춰져 있는 직원들은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이미 체험하고 있었기에 당당하게 맞섰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뒤처지지 않았다. 도리어 하찮게 여겨졌던 이름 없는 회사에 뒤쳐지기 시작한 대기업들은 나가모리 회장에게 찾아와 자신의 회사를 도와달라고 통사정을 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갔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끝없는 노력으로 일궈낸 일본전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으므로, 독특한 경영방식과 사고방식이 또 다른 이들에게도 큰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의 키워드는 '노력'이었다. 다른 중요한 것도 많았지만 능력, 학벌, 개인의 성격을 능가하는 처절한 노력이있었다. 노력을 바탕으로 일본전산의 직원 한 사람 한사람은 자신의 필요존재에 대해 자신감을 얻어갔고, 일본전산의 성장을 도왔다. 필요할 때마다 몰입하면 된다는 나의 얄팍한 생각은(물론 몰입도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성실한 노력 앞에 꺾일 수밖에 없었다. 주먹구구식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인간 본연의 충실함을 따라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충분히 느껴보길 바란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캐내어 나가모리 회장의 방침대로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하라!'를 실행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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