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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식사 - 오마하의 현인에게 배우는 가치 있는 성공을 위한 6가지 지혜
고수유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퇴근길에 카페에 들렀다. 오랜만에 커피 한 잔과 쿠키를 곁들인 풍성한(?)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고 돌아왔다. 커피값이 그다지 저렴한 편이 아니라서 자주 가지 못하는 카페에 들른 이유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식사>를 읽고나니 무언가 잡힐듯 말듯한 느낌을 정리하고 싶어 카페에 들른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책 내용을 떠올리며, 체크해 놓은 부분을 종이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손으로 직접 써보니 의미전달이 새롭게 되는 것 같았고, 다시 한 번 그 내용들을 파악해 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남겨진 질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꿈꿔야 하는가. 내용정리를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카페로 향한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 멤돌던 생각이었다.
이 책을 본 순간 대충의 스토리가 머릿속에 그려졌음에도 워렌 버핏과 어떠한 점심식사를 했는지 궁금했다. 날로 나른해져가는 따스한 햇살을 쬐며 둥그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욕망. 그런 욕망이 나를 일깨웠을지라도 어떠한 내용으로 채워졌는지 알고 싶었다. 워렌 버핏이라면 워낙 유명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그와의 점심식사라는 제목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알고보니 저자는 워렌 버핏과의 섬심식사가 거액에 낙찰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워렌 버핏과 점심식사'라는 모티브를 제외한 전체 스토리는 저자의 창착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의외로 재미있게 읽히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평상시의 책 읽는 속도보다 더 천천히 읽고 있었다. 주인공 박찬우라는 남자와 나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 보였는데, 그는 우리의 '분신이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박찬우라는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해졌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는 미국의 유명한 대학을 나와 소신껏 선택한 광고회사의 유능한 팀장으로 팀을 잘 이끌어 가고 있었다. 늘 열심히 일을 했지만 갑자기 순조로웠던 일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국장 승진에서 탈락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와닿은 문제는 팀원들과의 갈등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던 팀원들이 갑자기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자신이 승진에서 탈락하자 그런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이 모함한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 처해진 박찬우는 우연한 기회에 워렌 버핏에게 이메일을 쓰게 된다. 답장을 기대하지 않고 쓴 메일이지만, 막상 점심 식사를 제안하는 워렌 버핏의 메일이 오자 무척 당황한다.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삶과 일에서 성공할 수 있을가요?"라고 물었기에 박찬우를 초대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때 그리 유쾌하지 않았으므로 박찬우는 휴가를 내고 워렌 버핏을 만나러 오마하로 날아간다.
그렇게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가 이루어졌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워렌 버핏과 6번의 점심식사라니. 소문대로 워렌 버핏은 소박한 차림으로 나타났고, 그와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콜라, 아이스크림을 만찬으로 즐겼다. 늘 박찬우의 얘기에 먼저 귀를 기울였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주었으며 좀더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였다. 삶과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 한 청년에게 워렌 버핏은 자신이 겪어온 경험을 통해 스스로 자각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의 점심식사는 그렇게 이루어졌고, 남은 기간 동안 박찬우는 워렌 버핏이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으며 자신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파악해 가며 귀한 가르침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워렌 버핏과의 만남이 쌓여갈수록 쏟아지는 생각들도 많았고, 배워가는 것도 많았다. 워렌 버핏의 명성에는 철저한 노력, 공부, 겸손,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무언가 특별한 비밀이 숨겨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싱거울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충고들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거쳐온 한 사람의 성공한 인생이 있었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명성과 부가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열정, 하루가 즐거워질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사랑은 기본적인 것에서 흘러 나왔다. 박찬우는 매주 만날 때마다 일과 인생에 대한 가르침이 맞물려가고 있음을, 자신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깨달아갔다.
그런 만남이 이어질때마다 내 안에서도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뤄버린 일, 지루한 일상, 망상으로 그쳐버리는 꿈. 그 모든 것이 관심좀 갖어 달라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워렌 버핏이 박찬우에게 충고해준 것들이 나에게 온전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충고였기에 나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6주간의 만남은 끝나기 마련이었고, 그 만남은 알차게 채워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만남을 지켜본 내게 과연 무엇이 남을까.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책을 읽은 의미가 무엇일까. 많은 생각들이 오갔기에 퇴근길에 카페까지 들렀건만, 한 권의 책을 정리하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카페에서 정리한 내용은 내게 와닿는 글을 옮겨 놓은터라 협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메세지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메세지 안에는 워렌 버핏의 일대기가 채워져 있었고, 박찬우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에 대한 그림도 그려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구경꾼으로 남아 있었다. 유명한 멘토와의 점심식사가 현실로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 차를 한 잔 하며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나를 갉아먹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에 대한 해답이 필요할 때,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는다 생각하고 고민을 호소해 보길 바란다. 한 편의 소설처럼 촘촘히 짜인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조그마한 대답이라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구경꾼으로 남지 않았다는 자신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