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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겉 ㅣ 알베르 카뮈 전집 6
알베르 까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을 탐독하다보면, 꼭 전작해보고 싶은 작가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작을 실현할 수 있는 작가와 아직 내공이 부족해 이상으로 남아있는 작가들이 있다. 알베르 카뮈는 후자에 속했다. 고등학교 때 문학을 읽는답시고 <이방인>과 <전락>을 읽었지만,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전작하고 싶은 작가의 대열에 올려놓고도 읽을 엄두를 못냈는데, 그의 책을 사들인 것은 다른 책에서 언급된 이유도 있었고, 절판되려는 낌새가 보여서였다. 그렇게 한 권씩 사다보니 19권의 전집 중 9권을 모았지만, 섣불리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었다. 책을 펼쳤다 덮었다를 반복하다 겨우 내 손에 쥐어진 작품은 <안과 겉>이었다.
카뮈 전집 no.6을 달고 있지만, 비교적 초기 작이다. 카뮈의 나이 22살 때인 1935~1936년 사이에 씌여진 글로 아주 적은 부수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절판이 된 후에 재판을 거절했던 것은 '예술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품게 된 선입관 때문에' 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어떠한 선입관을 가졌기에 재판을 거절했는지 이 책을 읽고도 정확히 알지 못해 의아했던게 사실이다. 자신의 초기작에 대한 부끄러움 내지는 부족함에 대한 겸손이라고 생각할 뿐, 그의 작품을 전작하기로 마음 먹은 나는 마냥 감격할 뿐이었다. 작품의 제작은 오랜 고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글을 써나가면서 점철되어지는 사고의 확장에 대한 거리감 때문에 <안과 겉>에 대한 출판은 더 미루졌는지도 모르겠다.
6편의 산문은(서문 포함) 카뮈의 경험과 들음, 생각이 어우러진 글이었다. 얼핏 수필로 구별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카뮈의 세계를 따라가다보면 그의 깊숙한 사고의 언저리에 머무는 기분이 들곤 했다. 글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사건과 동떨어지기도 하는 성찰의 깊이 혹은 사고의 나열은 감성을 풍부하게 일깨워 주기도 했다. 내가 완성시키지 못했던 자잘한 생각의 스침을 굳건히 만들어 주기도 했고, 타인의 생각을 탐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덧대어 주었다. 친구들과의 여행기나 다른이에게 들은 이야기 속에서도 카뮈의 감성은 늘 충만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흔적 속에서도 '글이란 이렇게 탄생되는 구나'를 연발하게 만드는 천부적인 재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만 초기작이라서 좀더 다듬어지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서투름에 대한 자괴심이었음을 깨달을 뿐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무척 행복했다.
카뮈의 책을 읽고 느낌을 남긴다는 것은 책을 집어 든 순간부터 무리라는 것을 감지했다. 나의 내공의 부족함을 알기에 카뮈의 책을 읽는 것 자체에 큰 의의를 두었던게 사실이다. 어떤 작가가 유명하고, 어떤 작품이 유명하냐를 따지기 보다 나와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런 기본기에 충실해 나에게 맞는 작가와 작품을 탐독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지만, 카뮈 같은 작가는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느낌을 남기는 것은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드러내는 본질의 언저리만이라도 멤돌면 감사하련만. 단순한 읽기에 치중한 독서라 내 안에 멤도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카뮈의 전작을 읽어보기로 다짐하고 소소한 출발을 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벅참 그 자체였다.
분명 두껍지 않은 책이었음에도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두께와 책 내용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그다지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카뮈의 작품보다 작품 해설이 더 어려웠다. 서문부터 긴장했지만, 오히려 작품 하나하나의 다가가면서부터 긴장감은 풀어졌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양의 작품해설은 기껏 카뮈에게 다가간 용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읽으면 되고, 작품해설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읽어나가면 되지만, 그렇다고 안 읽고 넘어갈 수 없어 조금 힘들었다. 앞으로 18권의 책을 더 읽어나가야 하는 나로써는 카뮈와의 지속적인 만남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한 권씩 정독하면서 카뮈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는 이 마음은 무얼까. 오랜 바람에 한 발짝씩 내미는 발걸음의 즐거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