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그림 (리커버)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 할머니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 만큼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은 없었다. 타샤 할머니를 동화작가가 아닌, 30만평의 정원을 일구는 정원사이자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만난던 이유도 있었다. 정원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뺐겨,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이라던가 과거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었다. 타샤 할머니에 관해 읽을 책이 없어 그제서야 동화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타샤 할머니의 정원이 너무 좋아서 오로지 그에 관한 책만 읽고 싶었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타샤 할머니에 대해 지극히 일부분만 알고 지나쳐 버렸을 거라는 생각에 아찔해져 온다.

 

  부유하고 사교계에서 영향력을 끼쳤던 집안에서 태어났던 타샤 할머니는 부모의 이혼으로 첫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타샤 집안과 친분이 있던 미켈슨 가족에게 맡겨진 그녀는, 오히려 그곳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었다. 그녀가 그림을 좋아하고, 삽화가를 꿈꾸었던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미켈슨 가족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림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는 학교에서 그림을 배우기도 했지만, 그녀가 향한 삶의 방향을 보면 점점 그림과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살때 결혼을 하고, 첫 그림책을 펴내긴 했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소원해져 갔다.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남편은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에 동조해 주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헤어지고 타샤는 네명의 아이들을 기르며, 엄청난 집안일과 함께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타샤의 인생을 바꿔 주었다. 아이들은 타샤의 동화책 속의 훌륭한 모델이 되어 주었고, 그녀의 그림은 너무나 생생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책의 저자는 타샤의 남편이 타샤에게 끼쳤던 영향에 대해서 분개(?)했지만(타샤 할머니가 너무 고생했기에), 타샤에 대한 애정으로 보게 되었고, 소중한 아이들이 있었으니 남편에 대한 기억을 나 또한 가볍게 떨쳐 버렸다.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은 지금 봐도 너무나 예쁘고, 생생한데 출간된 시기를 보면 내가 태어나기 전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인지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 특별하다.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을 커서도 보고, 몇 대가 걸쳐서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을 사랑하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꾸준한 창작의 활동은 색다른 감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부수적인 효과였다. 타샤 할머니의 그림은 보고만 있어도 동화책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이 일었고, 잊고 지냈던 동심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예쁜 세계가 대부분 보고 그린 것들이라는 사실은 환상과 현실 속을 오르내리게 해주기도 했다. 타샤 할머니는 많은 동화책을 그렸고, 그렇게 그린 동화책들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추억 속에 많은 것을 남겨 주었다. 이렇듯 타샤 할머니의 인생을 되짚어 보지 않고서는 맛볼 수 없는 감동이 책의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 졌다고 서두에 밝혔던 것은, 타샤 할머니의 삶 속에 그림이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할머니의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음에도 언제나 즐겁게 많은 일들을 해 나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큰 선물로 타샤 할머니에게 보답을 했을 때가 감격 그 자체였다. 타샤 할머니도 자신이 그림이 이렇게 대단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으니, 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얼마나 꾸준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은 그림이었다. 그림이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생계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렸던 그림들이 타샤 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안겨 주었다.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타샤 할머니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삶과 그녀의 그림 세계에 매료 되었다. 그녀야 말로 평범한 나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던져 줄 수 있는 예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타샤 할머니의 삶 자체가 특별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타샤 할머니가 아닌 좀더 진솔한 타샤 할머니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할머니의 정원과 라이프 스타일은 이미 알고 있기에 잠시 제쳐두고, 또 다른 타샤 할머니를 만났다. 그런 할머니는 여전히 매력이 넘쳤고, 대단했고,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힘든 시기를 견뎌냈고, 노력했기에 가능했지만 타샤 할머니의 그림인생을 통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일상이 언젠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타샤 할머니의 힘들었을 삶에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을 알고 독특한 삶을 알아갔기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가 남겨 놓은 것은 이렇게 무궁무진하므로,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거나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할머니가 남겨 놓은 것을 즐기기에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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